[기고]"국경을 넘어선 희생,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헌신"

김병수 국립대전현충원 주무관

김병수 국립대전현충원 주무관./뉴스1

매년 7월 27일은 ‘유엔군 참전의 날’이다. 1953년 한반도에 총성이 멎고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이자 전 세계 22개국에서 파병된 유엔군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날이다. 이날은 단지 과거의 전쟁을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뿌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뜻을 후세에 계승하기 위해 정부는 2013년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7월 27일을 국가기념일인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제정했다.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의 희생과 공헌을 국민 모두가 기억하고 되새길 수 있도록 매년 기념식과 다양한 보훈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대한민국은 전쟁의 포화를 감당하기에 너무도 힘없는 나라였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침묵하지 않았다. 미국, 영국, 캐나다, 튀르키예, 프랑스 등 16개국이 전투병을 파병하고 인도, 스웨덴 등 6개국이 의료를 지원해 총 198만여 명이 낯선 한반도에 발을 디뎠다. 이름도, 언어도, 문화도 낯설었던 이곳에서 그들은 자유와 정의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많은 이들이 끝내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전후 7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세계 13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며 G20 회원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인도적 지원과 국제 개발협력에 기여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이 모든 성취의 이면에는 유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자유는 누군가의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전쟁의 기억이 세월 속에 희미해질지라도, 그날의 진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온전히 되새기고 후대에 전해야 할 책임이다.

이런 의미를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한 선양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국립대전현충원에서는 7월 21일부터 정문 앞에 유엔참전국 22개국의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게양한 국기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현충원을 찾는 시민들은 이 국기들을 따라 걸으며 각국의 이름과 희생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 이 작은 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세계가 함께 지켜낸 평화의 상징이자 기억의 통로가 된다. 또한 이를 계기로 어린 학생과 청년세대가 유엔 참전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시민의식을 키우는 계기도 되고 있다.

오늘날 국내 생존 6·25 참전용사의 평균 연령은 90세를 넘는다. 해외 참전용사들 역시 대부분 고령이며,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그들이 지켜낸 가치를 일상에서 실천하고 다음 세대에 이어주는 일이다. 기념일 하루만의 추모로 끝나지 않도록 일상 속 기억과 교육, 행동으로 연결되는 ‘살아 있는 보훈’이 필요하다.

오는 7월 27일,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람에 휘날리는 국기들을 바라보자. 그리고 이 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용기와 희생을 마음 깊이 되새겨보자. 오늘의 평화는 그들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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