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목인데…전통시장 상인들 "손님 북적여도 장사는 안돼"

경기 침체로 가성비 위주 실용적인 소비 늘어
사과·배 한 박스 6만~8만원…선물 주고받지 않기로 했다는 시민도

설 명절을 앞두고 시민들이 대전 유성구 노은농수산물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중앙시장과 노은농수산물시장 등 대전의 대표 전통시장은 제수용품을 사기 위한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목을 맞은 상인들은 목청을 높여 손님 끌기에 분주했고, 장을 보러온 사람들의 양손에는 묵직한 선물상자나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대목을 맞은 상인들은 근심이 가득했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서다.

중앙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한 김모씨는 "가격만 물어보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 명절 대목은 옛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보다 더 장사가 안되는 거 같아 너무 힘들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과일가게서 부사 1개가 만원. 선물용 사과·배 세트는 6만~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양가 부모님 댁에 드릴 선물을 구입하러 노은수산물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조 모씨(44)는 “명절이라 용돈도 드려야 하는데 빈손으로 갈 수 없어 과일을 사러 나왔다”며 "이번에는 물가도 비싸고 경제도 어려워 형제들은 서로 선물을 안 주고 안 받기로 연락했다"고 말했다.

선물용 과일을 보던 이모씨(51)는 “선물용으로 괜찮은 것을 사려면 최소 5만~7만원은 줘야 한다”며 "회사 사정이 어려워 이번 명절에 떡값도 받지 못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장을 찾았는데 지인들에게 줄 선물은 못살 것 같다"며 멋쩍은 미소만 보였다.

시민들이 대전 유성구 노은농수산물시장 청과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카미스(KAMIS)에 따르면 24일 기준 무 1개에 3007원으로 1년 전보다 95.26% 폭등했다. 배추 1포기 가격은 4901원으로 지난해 대비 54.9% 올랐다.

배는 신고 상품 10개가 4만 8237원으로 전년 대비 44.25% 상승했으며, 제수용 수요가 늘면서 지난달보다 19.64% 올랐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 등으로 지갑이 얇아진 가운데 일부 채소와 과일 가격의 오름세가 계속돼 명절을 준비하는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설 명절은 가성비 위주의 실용적인 소비를 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 10∼13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 명절 소비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1.6%가 '작년보다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지출을 늘릴 계획'이라는 답변은 22.0%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출을 줄이는 이유로는 '지속되는 고물가'(58.9%, 복수응답)를 가장 많이 꼽았고, '경기 불황 지속'(36.7%), '가계부채 증가'(31.0%)가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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