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추락하는 유성관광특구…"그래도 온천이 답"
관광 트렌드 변화에 대처 못해 호텔 폐업 도미노
워터파크 조성 등 온천 활용 방안 모색 절실
- 박종명 기자
(대전·충남=뉴스1) 박종명 기자 = 올 들어 대전 유성관광특구 내 호텔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명무실화한 유성관광특구에 대한 존립 의미부터 재정립해 대전 관광을 밑바닥에서 점검하고 경쟁력 회복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성구에 따르면 대전 유일의 5성급 호텔이었던 ‘호텔리베라’가 지난 1월 초 폐업한데 이어 3성급인 ‘호텔아드리아’도 지난달 말로 영업을 종료했다.
7개월 동안 유성구 봉명동 500m 거리 내에 위치한 3개 호텔 중 두 개 호텔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유성호텔만 남은 셈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프린스호텔, 알프스호텔, 갤러리호텔, 홍인호텔 등이 폐업하고 업종을 변경해온 것과 같은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호텔리베라‘는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교통영향평가나 건축심의가 구에 접수되지 않았지만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호텔아드리아’도 철거 후 지하 5층, 지상 21층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처럼 유성관광특구를 대표해온 호텔이 경영난을 이유로 잇따라 폐업하면서 호텔 주변 식당 등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성호텔’과 ‘호텔아드리아‘ 사이에 위치해 한때 관광버스 손님들로 넘쳤던 한 식당은 줄어드는 손님으로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세가 싼 인근 건물로 이전했다. 유성온천을 대표했던 몇몇 식당들도 이미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 흔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10년 넘게 주차 관리를 하고 있다는 김모씨(75)는 “리베라에 이어 아드리아 호텔까지 문을 닫으면서 마지못해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식당들이 많다”며 “바로 앞 호텔도 1주일에 관광버스가 5, 6대 들어오곤 했는데 요즘은 2, 3대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아드리아’ 앞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노모씨(61)는 “한 때 프로축구단 숙소로 쓰이고, 세미나 등이 열리면 인근 식당이나 당구장, 술집이 활기를 띄었는데 이제는 보다시피 빈 주차장이 많다”고 한숨지었다.
이처럼 유성관광특구가 급격히 쇠락한 것은 지속된 경기 침체와 외국 관광 선호 추세, 가족 단위 관광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1994년 8월 지정된 유성관광특구는 봉명동, 장대동, 구암동 등 585만8972㎡에 이른다. 제주도, 경주, 설악산, 부산 해운대 등과 함께 국내에선 가장 먼저 관광특구로 지정돼 당시만 해도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충남 아산 등 타 온천 지역이 가족 관광객 등을 겨냥해 테마형 워터파크로 전환한 것과는 달리 유성은 잠자고 목욕하는 옛날 방식에 머물러 1995년 1014만 명에 달했던 관광객은 지난해 550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은 “관광이 여행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데도 70, 80년대 숙박과 온천만 유지하는 방식을 고수한 결과”라며 “수요를 충족시킬 컨텐츠에 대해 준비하지 않고 호텔을 때려 부수고 오프스텔만 짓는다고 업체만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시관광협회 관계자도 “70~80년대 유성온천으로 신혼여행 온 것을 추억해 유성을 찾는 분이나 가족 단위 관광객이 와도 볼거리, 놀거리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시대 흐름에 맞춰 온천을 이용한 테마파크가 제때 이뤄졌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컨벤션센터 주변에 롯데호텔에 이어 신세계가 추진하는 사이언스 콤플렉스에 호텔까지 들어서면 유성관광특구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온천1, 2동을 지역구로 둔 송봉식 유성구의회 의원(자유한국당)은 “리베라호텔 옆에 50년 넘게 살면서 고향 못지않게 애착을 가져왔는데 유성관광특구의 이미지가 날로 쇠락해 안타깝다”며 “호텔을 허물고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짓는다고 하지만 외지 관광객이 아닌 바에야 생산성이나 지역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유성구는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해 관광활성화 조성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구는 홈플러스와 계룡스파텔 뒤편 도로에 내년 말까지 60억 원을 들여 명물 카페거리를 조성하고, 2020년까지 국비와 시비 34억 원을 들여 온천로 일대에 경관 조명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외래 관광객 유치를 통한 유성관광특구 명성 회복이라는 근본 대책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정용래 구청장이 국군 휴양시설인 계룡스파텔(5만7441㎡)을 활용한 워터파크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국방부 시설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구 관계자는 “유성관광특구의 쇠락은 관광 트렌드의 변화, 교통의 발달에 따른 1일 생활권의 정착, 숙박시설의 노후화, 제주, 부산 등 특정 관광지역 편중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가 추진하는 관광활성화 사업과 함께 계룡스파텔 워터파크 조성을 위해 시와 공조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봉식 유성구의원은 워터파크 조성이 과거에도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규모가 작다는 점을 들어 대전도시철도 현충원역 뒤편 그린벨트를 활용한 대규모 테마파크의 조성을 내세우고 있다.
송 의원은 “계룡스파텔은 규모가 작아 남들 하니까 하는 식으로 하면 동네시설밖에 안 된다”며 “지하철, 고속도로 IC, 앞으로 들어설 유성복합터미널, 부여, 공주로 나가기에 적합한 좋은 접근성을 살려 유성관광특구의 명성을 되살릴 거점으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국회의원, 구청장이 모두 민주당인 좋은 기회를 살려 정부에 적극 건의해 돌파구를 마련해야한다”며 “이미 늦긴 했지만 20~30년을 내다보고 전국 최고, 최대의 테마파크를 만들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광진 위원장은 “군 휴양시설은 각종 세제 혜택을 통해 일반 업체를 죽인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투로 개발 타령만 하고 있다”며 “유성관광특구의 존재 가치에 대한 재정립을 비롯해 대전 관광에 대한 진지한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주대 관광학부 이용근 교수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보다 외국으로 나가는 내국인이 많은 현 상황에서 외국인을 데려올 컨텐츠가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대덕연구단지의 연구 역량을 통해 온천을 이용하면 피부병이 낫는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여행 상품이나 운영 프로그램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t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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