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담는 추억' 충남유일 흑백필름 '달팽이사진관'

충남유일의 흑백필름사진관인 '달팽이사진관' 황재철대표가 자신이 직접 찍은 본인사진을 들고  웃고 있다.ⓒ News1
충남유일의 흑백필름사진관인 '달팽이사진관' 황재철대표가 자신이 직접 찍은 본인사진을 들고 웃고 있다.ⓒ News1

(천안=뉴스1) 이숙종 기자 = 천안 원도심에 자리잡고 있는 '달팽이사진관'은 충남 유일의 흑백필름사진관으로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후 흑백필름사진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찾아 들면서 원도심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13일 달팽이 사진관에서 만난 대표 황재철씨(49)는 "흑백필름사진이 주는 매력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는 12월 특별한 사진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가 기획중인 사진전은 자신이 직접 셔터를 눌러 자기사진을 찍는 일명 '자화상 사진전'으로 촬영을 원하는 100여명 정도를 모아 사진전을 추진 할 계획이며 수익금은 지역 내 후원이 필요한 곳에 기부할 계획이다.

17년간 웨딩, 베이비 등 상업 분야부터 작품사진까지 다양한분야의 사진작가로 활동해 오던 황 대표가 돌연 흑백필름사진 전문의 '달팽이사진관'의 문을 연 이유가 궁금했다.

"어느순간 제 자신이 '사진작가'보다 '사진기사'가 되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사진을 하나의 '작업'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단순히 '기술'을 파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 거죠. 더 예쁘게 보정해주고, 더 보기좋게 다듬어 주면 그것으로 촬영 능력을 인정받는 시대가 된 거에요. 순간, 그대로를 추억에 남기는 의미의 사진촬영이 많이 변질 된 것 같다는 생각에 들면서 사진작업에 권태가 찾아왔어요"

황 대표는 이참에 사진관을 문닫고 작은 암실을 운영하며 찍고 싶은 작품 사진만 찍겠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의 결심을 흔든 것은 든든한 지원군으로 함께 해 온 아내 조현경씨(45)의 조언이었다.

조씨는 그에게 "왜 사진관을 문닫을 생각만을 하느냐. 당신이 가장 찍고 싶은 사진을 찍으면 되지 않느냐"라는 말에 흑백사진의 매력을 느껴 사진에 입문했던 17년전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묵혀두었던 장비들을 손질해 흑백필름전문 '달팽이사진관'을 열었다.

황 대표와 아내 조씨는 달팽이사진관을 통해 웃음을 되찾았다. 수익은 아직까지 '천천히 느리게' 이지만 이 곳을 찾는 이들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일 행복을 느낀다.

이날 이곳을 찾은 박매란씨(여·35)가족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아들 승택이의 백일사진 촬영을 마쳤다. 박씨는 "기존 사진관에서 찍어주는 아이사진은 아이 얼굴이 더 돋보일 수 있도록 화려한 기술로 꾸며 작업하지만 그런 사진 보다는 수정되지 않은 자연스런 사진을 간직하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이 어떻게 찍혔을지 바로 확인 해볼 수 없는 점도, 그리고 필름 인화작업에 시간이 걸려 사진을 2주후에나 볼 수 있어 기다리는 시간도, 필름 사진만이 가진 매력인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달팽이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고있는 박매란씨가족.ⓒ News1

사진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를 통해 나눔사업 분야에도 발을 넓히고 있는 황 대표는 "나눔사업도 구상하고 있을때 실천해야 하는 것이 꼭 사진과 닮았다"며 "지나간 것을 찍지 못하는 것이 사진인 것처럼 지금의 행복을 늦지않게 나눌 수 있도록 사진과 관련한 전시, 재능기부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dltnrw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