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도로구역이 뭐지?"…법제화 미비·홍보 부재로 '안전 뒷전'
지정권자 애매…경찰·지자체 혼선으로 단속도 방관
- 이인희 기자
(대전=뉴스1) 이인희 기자 = 지난 4일 오후 4시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단지 인근 이면도로에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이곳이 ‘생활도로구역’으로 지정됐음을 알리는 노면표시와 함께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한다는 안내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가는 차량들 대부분은 제한속도를 훌쩍 넘긴 채 보행자 옆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거나, 심지어는 생활도로구역 노면표시 바로 위에 불법주차하는 모습까지 목격됐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부 A씨(36)는 “주행차량들이 불법주차 차량을 피해 뒤엉켜 있을 때는 애꿎은 보행자들이 이를 피해 돌아가야 한다”며 “차 한 대 지나기도 아슬아슬한 좁은 도로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보행자에게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들이 태반이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이곳이 보행자 안전을 위한 '생활도로구역'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며 오히려 생활도로구역이 무엇인지를 되물어 왔다.
생활도로구역은 교통사고위험이 높은 이면도로 내 보행자 안전을 위해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시민홍보는 물론 사고위험을 가중시키는 불법주정차 단속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5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지역 내에서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총 298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폭 9m 미만 이면도로에서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113건으로, 1명이 숨지고 11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처럼 이면도로는 주거지 및 상권 인근에 위치하면서 도로 폭이 좁기 때문에 보도와 차도의 경계가 명확치 않고 유동인구가 많아 보행자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은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보행자 사고가 잦은 이면도로를 생활도로구역으로 지정, 차량 제한속도는 시속 30㎞로 제한하고 지자체의 예산을 통해 과속방지턱과 안내표지판 등을 설치해오고 있다.
대전의 경우 2014년 9월 유성구 봉명동과 원신흥동 일대, 2015년 10월 동구 가오동 일대 2개소 등 총 4개소가 생활도로구역으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행자들과 운전자들 모두 “생소하다, 표지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상황.
더욱이 경찰은 지역 내 생활도로구역을 최초 지정한 2014년부터 보행자 및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은 물론 생활도로구역 자체가 법제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역 내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이렇다할 조치없이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과 같이 생활보호구역 내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벌점이나 과태료 등을 부과 조치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하면서 “9월 말부터 서구 둔산동 일대를 생활도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시민홍보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찰만이 아니다. 생활도로구역 내 불법주차로 도로폭이 좁아져 보행자 안전이 계속해서 위협받고 있지만 이를 계도하고 단속해야할 관할 구청은 정확한 구간조차 모른 채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태.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전지역 4개 생활도로구역에서의 주차위반은 상습적으로 이뤄지는데 반해 지자체의 주차위반 단속실적은 제도 시행 2년여가 지나도록 여전히 '0건'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정권자가 애매한 탓에 경찰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생활도로구역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다시 한 번 검토한 뒤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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