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금연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
종이컵을 재떨이 대용으로…전 지역이 흡연실
- 안은필 기자
(대전=뉴스1) 안은필 기자 = PC방 전면 금연이 시행에 들어갔지만 이용자뿐 아니라 PC방조차 관리를 안 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대전 서구 월평동 한 PC방.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연기가 자욱하고 퀴퀴한 담배냄새가 진동한다. PC방을 이용 중인 30여명의 손님 중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고작 6명뿐이다. 나머지 손님들은 전부 앉은 자리에 종이컵을 가져다 놓고 재떨이 대용으로 쓰고 있었다. 오히려 금연석과 흡연석이 나뉘어 있던 때보다 열악한 환경이다.
흡연실이 따로 없느냐는 질문에 PC방 직원은 멋쩍게 웃으며 “없어요. 전부 다 금연실이에요”라고 답했다. 재떨이만 없지 대부분 흡연을 하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인근 둔산동의 또 다른 PC방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 PC방은 흡연실이 따로 마련돼 있었지만 60대의 PC에 앉은 40여명의 손님 중 반 이상이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국민건강증진법, 일명 금연법에 의해 올해부터 전국의 모든 PC방이 전면 금연구역이 됐다. 적발된 업소는 17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손님에게도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확인결과 PC방 업주는 물론 손님들도 단속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PC방 손님 이모씨(26)는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하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걸려본 적도 없고 단속 나온 걸 본 적도 없어서 걸릴 거란 생각 자체가 안 든다”고 말했다.
이 손님은 또 “주변 PC방을 다녀보면 금연을 잘 지키는 업소와 그렇지 않은 업소가 반반인 것 같다”며 “아무리 단속을 한다 해도 어차피 필 사람은 다 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PC방 흡연 단속이 4주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업소와 PC방 이용자와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법 준수 호응도도 떨어져 성과가 기대 이하라는 지적이다.
금연법에 따르면 PC방 업주가 매장 내에 금연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라이터, 재떨이 등을 갖춰 놓는 등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손님의 담배 피우는 행위를 방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PC방 이용객 개인이 몰래 담배를 피우다 적발됐을 시, 개인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업소에까지 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PC방에서 일하는 이모씨(23‧여)는 “금연임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이고 재떨이를 주지 않을 뿐 흡연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는다”며 “한 번 단속이 왔지만 아침 시간이라 손님이 없어 별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단속, 과태료 부과 등의 강압적 처방보다 업계 현실을 고려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되는 상황이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윤용준 대전지부장은 “흡연실 설치비용이 150~300만원에 달하는데 정부는 업계에 하나도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1년 만에 전면 금연을 실시하라는 건 업주뿐 아니라 손님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제로 손님이 과태료를 내고 담배를 피우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전혀 없다”며 “3년 새 대전지역 PC방이 30% 감소하는 등 안 그래도 힘든 업계에 금연구역은 이중고인 셈”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1~2월은 사실상 단속 준비단계에 해당한다. 아직은 계도 위주의 활동을 벌이고 있고 민원이 들어오는 곳만 나가기도 벅찬 상황”이라며 “2월 말쯤부터 구별 보건소 단속요원과 함께 합동단속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banjjakism@gmail.com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