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돈도 못 썼는데 또 주네"…집행 못 한 경북 '소멸 기금' 남아돈다

청송 집행률 6.4%·영천 11.3% 그쳐…올해 영양 120억·상주·영덕 각 88억
경북 올해 1518억원 확보…정부도 '건물보다 사람' 중심으로 제도 손질

김군호 행정안전부 균형발전국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평가 및 배분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4.14 ⓒ 뉴스1 김기남 기자

(안동=뉴스1) 신성훈 기자 = 정부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경북지역에 매년 수천억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일부 시·군은 앞서 받은 기금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 도입 5년째를 맞으면서 얼마를 확보했는지보다 실제 집행과 일자리·인구 유입 등 성과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행정안전부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올해 경북에 배정된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518억 원으로, 전국 전체 기금 1조 원의 약 15%를 차지한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지역에 일자리와 주거, 복지 등을 확충해 주민 정착과 인구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2022년 도입한 재원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기존 기금 집행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임호선 의원이 행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 배분된 기금의 집행률은 올해 3월 말 기준 53.3%였다.

경북 청송군은 같은 기간 지난해 배정된 기금의 6.4%만 집행했다. 정부에서 받은 돈 100원 가운데 약 6원만 사용한 셈이다. 영천시도 같은 기준 집행률이 11.3%에 그쳤다.

앞선 시점에도 저조한 집행률은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경주와 울릉의 2025년도 기금 집행률은 0%였고 김천 0.7%, 청송 1.1%, 영천 5.6%, 영양 6.3%, 안동 8.3% 등 상당수 지역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경북 봉화군은 12일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해 추진한 ‘경북형 작은정원’과 ‘정주여건 개선사업’이 인구 유입과 지역 활성화 성과를 내고 있다. ⓒ 뉴스1 김대벽기자

이런 가운데 올해도 경북 시·군에는 수십억~100억 원대 기금이 배정됐다.

영양군이 경북에서 가장 많은 120억 원을 확보했고 상주·영덕은 각각 88억 원을 받았다. 청송·봉화·의성 등 6곳에는 각각 80억 원, 안동·영천·울릉·울진 등 6곳에는 각각 72억 원이 배정됐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울릉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 20억 원을 포함해 총 62억 원을 투입, 기존 냉동시설을 카페와 작은 영화관, 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바꾸는 '울릉 어울림 문화센터' 사업을 추진했지만 공사가 공정률 약 30%에서 중단됐다.

다만 기존 기금의 집행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올해 기금 배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기존 기금 집행률뿐 아니라 각 지자체가 제출한 투자계획을 토대로 정주·체류인구 증가와 산업·일자리 창출 등 예상되는 인구 효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지원 규모를 정한다.

올해 경북에서 유일하게 최고 등급을 받은 영양군은 청년 농업과 창업지원 등 일자리 분야 사업이 높은 평가를 받아 120억 원을 확보했다.

경북 영양군은 12일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정책 통합 플랫폼 ‘영양살이’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 뉴스1 김대벽기자

정부도 기금이 건축·시설 사업에 집중되면서 용지 확보와 설계, 인허가 등에 시간이 걸려 집행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앞으로는 건물과 시설을 조성하는 사업보다 실제 일자리와 정주·체류인구를 늘릴 수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기존 기금 집행률이 낮은 지자체에는 다음 연도 기금을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31년까지 매년 1조 원씩 총 10조 원이 투입된다.

기금 도입 5년째를 맞으면서 지자체가 얼마를 확보했는지뿐 아니라 이미 받은 돈을 제때 집행했는지, 실제 일자리와 인구 유입으로 이어졌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도 관계자는 "시설을 얼마나 많이 조성했는지를 넘어 주민의 삶이 무엇이 달라지고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와 공동체가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며 "시·군 및 지역주민과 함께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 중심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