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라도 모셔 오자"…'기피 시설'에 줄 선 소멸 위기 지자체들

청송 기존 4곳에도 추가 유치…영덕·영양도 관심
제천·보은까지 가세…인구·일자리·지역경제 효과 기대

경북 청송군 경북북부제1교도소 진입로에서 간판업체 관계자들이 경북북부교정기관 안내 입간판을 정비하고 있다..2020.12.10 ⓒ 뉴스1 공정식 기자

(청송=뉴스1) 신성훈 기자 = 한때 대표적인 기피 시설로 꼽혔던 교도소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지역에서 '모셔 와야 할 시설'로 바뀌고 있다.

이미 대규모 교정시설이 자리 잡은 경북 청송군이 추가 유치에 나선 데 이어 영덕군과 영양군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충북 제천과 보은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유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청송·영덕군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신규 국립 교정시설 4곳의 입지를 공모하고 있다.

신설 교정시설은 1곳당 수용 정원 1000명, 직원 250명 규모로 부지 면적은 19만2000㎡ 이상이다. 4개 시설 건설비는 약 9676억원이며 토지보상비와 운영비는 별도다.

법무부는 오는 11월4일까지 지자체의 유치 제안서를 받아 주민 수용성과 기반 시설, 토지 이용·개발 가능성, 접근성 등을 평가해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경북에서는 청송군이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청송 진보면에는 경북북부제1교도소 등 교정기관 4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교정시설과 40여년간 공존해 온 군은 주민 수용성과 기존 기반 시설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추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군과 군의회, 진보면이장연합회 등은 지난 23일 진보전통시장에서 유치 캠페인을 열고 주민 서명운동에도 나섰다.

청송은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교정 공무원과 가족들의 유입으로 인구 증가와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진보면에는 2028년 준공 예정인 110세대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교정시설 유치는 교정 공무원과 가족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일자리와 정주 수요를 지역 발전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영덕군도 법무부로부터 공모 참여를 제안받아 지역경제와 인구 증가 효과, 입지 여건과 주민 수용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공모 참여나 후보지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조상준 영덕군의회 의장은 "교정시설 유치가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영양군 역시 민선 8기 들어 교정시설 유치를 추진한 전력이 있으며 이번 신규 교정시설 공모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뿐만이 아니다. 충북 제천에서는 교정시설 유치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61.7%로 나타났고 16개 마을이 유치 신청서를 제출해 마을 간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보은군도 주민설명회를 열고 유치 희망 마을을 모집하고 있다.

과거 교도소 건립 계획이 알려지면 지역 이미지와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한 주민 반발이 뒤따랐지만,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 유치가 쉽지 않은 농어촌지역에서 수백명의 공무원이 근무하는 국가기관은 직원과 가족들의 전입뿐 아니라 주거·교육·소비 수요까지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서는 해당 규모의 시설이 설치되면 직원들과 가족 약 800명의 인구 유입과 연간 1만명의 면회객 방문을 예상한다.

지역 주민 A 씨는 "예전 같으면 교도소가 들어온다고 하면 반대부터 했겠지만, 지금은 사람이 없어지는 게 더 큰 문제"라며 "고향이 소멸하지 않으려면 교도소라도 모셔 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혐오시설'로 불렸던 교도소가 지방소멸 시대에는 인구와 일자리, 소비를 끌어들이기 위해 지자체가 앞다퉈 유치하려는 시설로 변하고 있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