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반값여행' 6700명 몰려…지자체 너도나도 할인 경쟁 괜찮나?

전국 상반기 52억 환급…지역소비 162억 이상 효과
열악한 지방 재정도 문제

안동과 영천의 반갑여행 홍보 포스터 (안동시.영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9.24/뉴스1

(안동=뉴스1) 신성훈 기자 = 여행비의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하자 불과 5시간 만에 6700 명이 몰렸다.

당장 관광객 유치와 지역 소비 효과는 있겠지만, 세금을 들여 여행객을 계속 끌어들이는 방식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선 논란이다.

24일 안동시 등에 따르면 '안동 반값 여행' 1차 모집에 접수 시작 5시간여 만에 6715명이 신청해 준비된 예산이 소진됐다.

외지 관광객이 안동에서 숙박과 음식, 관광 등에 사용한 여행경비의 50%를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1인당 최대 10만 원, 청년은 70%인 최대 14만 원, 가족은 인원에 따라 최대 50만 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영천시도 이달부터 11월까지 '반값에 반하다, 영천'을 통해 외지 관광객이 지정 관광지 2곳 이상 방문하면 사용한 여행경비의 절반을 상품권으로 돌려준다.

보현산 관광권역과 임고서원, 은해사, 한의마을 등지의 관광객에게 안동과 같은 조건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반값 여행은 전남 강진이 2024년 전국에서 처음 시작한 후 관광객과 지역 소비가 늘면서 정부의 '지역사랑 휴가 지원' 사업으로 확대돼 전국 인구감소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 추세다.

정부가 올 상반기 사업을 분석한 결과 52억 원을 환급해 최소 162억 원의 지역 관광 소비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의 56.3%는 해당 지역을 처음 찾은 관광객으로 조사돼 신규 관광객 유입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맨 먼저 사업을 시작한 강진에서는 2024년 1만 5291팀이 참여해 47억 원을 소비했고, 지난해에는 참여 규모가 3만 9066팀, 직접 소비액이 106억 원으로 늘었다.

충북 제천에서도 올 상반기 '반값 여행' 참가자 1만여 명 가운데 90% 이상이 지역에서 하루 이상 머물렀고, 관광 지출액이 전년보다 증가하는 등 체류와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현재까지 전국에서 공개된 '반값 여행' 성과는 신청자와 방문객 수, 소비액, 숙박률, 만족도와 재방문 의향 등에 집중돼 있다.

'반값 혜택'으로 지역을 찾은 관광객 가운데 몇 명이 지원 없이 자기 돈을 들여 재방문했는지를 보여주는 장기간의 실제 재방문 자료는 부족하다.

강진 역시 2024년부터 올해까지 반값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관광객과 소비가 늘었지만 '반값 지원'도 계속되고 있어 지원이 사라진 후에도 관광수요가 유지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국에서 시행 중인 '반값 여행' 홍보 포스터(전국 지자체 홈페이지 캡쳐)2026.9.24/뉴스1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할인 혜택이 지속적인 관광수요로 이어질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한다.

40대 A 씨는 "굳이 돈을 아끼려 여행지를 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여행은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이지 싸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여행객 B 씨는 "처음 방문하게 만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재방문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관광객에게 돈을 줘서 오게 하기보다 그 돈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다시 찾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국 지자체가 비슷한 사업에 줄줄이 뛰어들 경우 관광객 유치 경쟁이 지역 고유의 콘텐츠가 아닌 지원 규모를 둘러싼 '할인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지역만 여행비의 절반을 돌려줄 때는 강력한 유인책이지만 여러 지역이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면 관광객이 지역의 매력보다 지원 규모를 따라 이동할 수 있어서다.

정부 조사에서도 '반값 여행' 이용자의 상당수가 지원을 계기로 당초 여행계획을 바꾸거나 목적지를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관광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향하려는 관광객을 할인 혜택으로 끌어오는 '착시 효과'라는 분석이다.

지방재정 부담도 지속성을 판단할 변수다. 관광객이 지역에서 먼저 돈을 쓰게 하고 환급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추가 소비를 유도할 수 있지만 결국 환급 재원에는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된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에 대응해야 할 지역의 상당수가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매년 같은 방식으로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많다.

안동지역 정계 관계자는 "반값 여행이 지역을 처음 알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할인이 여행지를 선택하는 이유로 굳어진다면 지원이 끝난 후 관광객의 발길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반값 여행의 성패는 '반값이라서 한 번 온 관광객'을 '제 값을 내고도 다시 오는 관광객'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관광업계 관계자 C 씨는 "관광객에게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원해 방문을 유도하기보다 자신이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다시 찾고 싶을 만큼 지역만의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 등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지자체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하며 추석 연휴를 즐기고 있다.2023.10.2 ⓒ 뉴스1 공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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