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은 넘치는데 안 팔려요"…안동 사과 농가·유통업계 '한숨'
공판장 거래량 55%↑·가격 25%↓…폭염·잦은 비에 상품성 저하
소비 부진에 재고까지 쌓여…농민·중매인 동반 시름
- 신성훈 기자
(안동=뉴스1) 신성훈 기자 = "사과는 공판장에 넘쳐나는데 정작 팔리지를 않습니다. 농민도 힘들고, 유통업자들도 죽을 지경입니다."
국내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 안동에서 출하 물량이 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져 농가와 유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폭염과 잦은 비로 사과 상품성이 떨어진 데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추석 대목이 실종된 것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6일 안동농협 등에 따르면 올해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거래된 사과는 3만 5888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 3052톤보다 55.7% 증가했다.
최근 공판장에 하루 최대 928톤의 사과가 몰리는 등 출하 물량이 쏟아지고 있지만 20㎏ 들이 한 상자 평균 거래가격은 7만 원 대로 전년 동기(10만 원대)보다 30%나 내렸다.
올해 1~8월 공판장 사과 거래량도 4만 3837톤으로 전년 동기 4만 4419톤과 비슷했지만, 거래금액은 1912억 8300만 원에서 1533억 2500만 원으로 380억 원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물량이 넘치는 것은 전국적인 생산량 증가와 추석을 앞둔 출하 집중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전국 사과 생산량을 48만 1000톤으로 지난해 44만 8000톤보다 7.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여름 이어진 폭염과 폭우로 사과 비대와 착색이 좋지 않고, 탄저병 등 병해가 발생해 사과의 상품성이 지난해보다 떨어진 것도 판매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
안동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A 씨(60대) "농약과 비료, 인건비 등 농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계속 오르는데 사과 가격은 내려가고 있다"며 "한 해 농사를 지어도 예전만큼 소득을 올리기 어려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상품성이 낮은 사과가 늘면서 품질에 따른 가격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물량은 넘쳐나지만, 좋은 사과는 상대적으로 귀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공판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동 공판장에서 사과 유통업을 하는 B 씨(40대)는 "예전에는 대형마트에서 행사하면 하루 트럭 5~10대 물량이 빠졌는데 지금은 행사해도 예전의 5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며 "소비가 안 되니 재고가 쌓이고 업체들도 물건을 추가로 사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계속 내리면서 중매인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높은 가격에 미리 확보한 사과의 경매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감수하고 판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판장의 한 중매인은 C 씨(50대)는 "며칠 사이에도 경매가격이 계속 떨어지다 보니 먼저 사둔 물건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며 "새로 싸게 매입한 물량과 기존 물량을 함께 판매하면서 손실을 줄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ssh48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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