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하면 마늘인데' 13년 새 마늘농가 64% 사라졌다…왜?
20년간 수백억 지원·'K-마늘 세계화' 속 생산 기반 위축
"계약 재배·전량 수매 확대·안정적 유통망 구축해야"
- 신성훈 기자
(의성=뉴스1) 신성훈 기자 = 전국 최대 한지형 마늘 주산지인 경북 의성에서 대표 특산물인 마늘 재배 농가가 13년 사이 60% 넘게 사라졌다.
의성군이 전국 최고 수준의 귀농 성과를 거두고 수백억 원을 들여 기계화와 스마트농업을 추진하지만 정작 마늘을 생산할 농민과 농지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16일 의성군과 군의회 등에 따르면 한지형 마늘 재배 농가가 지난 2013년 3556곳에서 올해 1271곳으로 2285곳(64.3%)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재배 면적도 1549㏊에서 651㏊로 898㏊(58%) 줄었다.
농가와 재배 면적이 절반 넘게 쪼드라들어 한지 마늘의 생산 기반이 크게 위축됐다.
이런 현상은 의성군의 귀농 정책 성과와 대조된다.
의성군은 2020~2023년 4년 연속 '귀농인 유치'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대표적인 귀농 지역으로 꼽히지만, 유입 인구가 지역 대표 농산물의 후계농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마늘 농가 감소 원인은 고령화와 인력난, 인건비·농자재 가격 상승, 불안정한 가격 등이 꼽힌다.
마늘은 파종부터 수확·건조·선별까지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지만, 농촌 인구 감소로 외부 인력 의존도가 높아졌다.
수확철 인력과 공동 건조시설이 부족하자 마늘을 밭에 있는 상태에서 상인에게 그대로 넘기는 '포전매매'에 의존하는 농가도 있어 가격 결정권과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오호열 의성군의원은 최근 군정 질문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계약재배와 전량 수매 확대, 안정적인 판매·유통망 구축, 마늘 유통 전문조직 설립 등을 주문했다.
의성군은 2000년대 중반부터 마늘 산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2005년 133억 원 규모의 명품화 사업을 시작으로 마늘 산업 유통 특구와 마늘 종합타운 등을 추진했으며, 2023~2025년에는 245억 원 규모의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을 벌였다.
또 2024~2025년 22억 원을 들여 7개 작목반에 마늘 전용 농기계 160대를 장기 임대했고, 올해부터 2028년까지 95억 원 규모의 노지 스마트농업 육성 지구 사업도 추진한다.
사업별 기간과 재원이 달라 단순히 합산할 수 없지만 20여년간 수천억 원의 재정 사업이 이어진 셈이다.
기계화와 스마트농업으로 노동력과 생산비를 줄이는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만 농가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20년 전 농민 고령화와 높은 생산비, 영세한 영농 규모, 홍수 출하와 건조 시설 부족 등이 지적돼 현재의 인력·가격·유통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의성군은 최근 의성 마늘의 가공·유통과 기업 협업을 확대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K-마늘'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에 대해 지역 농업계에서는 "의성 마늘을 세계에 알리는 것과 함께 전국 최고 수준의 귀농 성과를 마늘 후계농 확보로 연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령농의 농지와 재배 기술을 귀농·청년농에게 승계하고 계약재배와 수매, 건조·저장시설, 판로를 함께 지원하는 방식이다.
마늘 재배 농민 A 씨(70대)는 "기계가 들어오는 것도 좋지만 농사를 지어 제 값을 받을 수 있어야 젊은 사람에게 농사를 이어받으라고 할 수 있다"며 "의성 마늘을 세계에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성에서 마늘을 지을 사람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ssh48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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