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전투기 굉음' 시달렸는데 추가 배치? 송전탑까지…예천 주민들 '한숨'
군공항 주변 “생활 피해 보상에 반영해야”…추가 전력·활주로에 소음 우려
효자면 농지·산림·문화유산 경관 훼손 걱정…송전선로 조정 여부에 촉각
- 김대벽 기자
(예천=뉴스1) 김대벽 기자 = 15일 경북 예천군 유천면 공군 제16전투비행단 인근. 머리 위로 전투기가 지나가자 소음 피해를 묻던 기자와 주민의 대화가 굉음에 끊겼다.
잠시 머문 기자에게도 강하게 느껴진 소음은 주민들이 수십 년째 겪어온 일상이었다.
이곳에서 평생 살았다는 주민 A씨는 “수십 년 동안 군용기 소음을 겪으며 살아왔다”며 “과거에는 이런 피해를 사실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았다”고 말했다.
예천의 군소음대책지역은 예천읍, 호명읍, 유천면, 용궁면, 개포면 일부다.
예천군은 지난 5월 올해 보상금 신청 5335건을 심의해 약 17억7000만원의 지급을 결정했다.
보상금은 2022년부터 지급됐으며, 1인당 월 기본액은 1종 6만원, 2종 4만5000원, 3종 3만원이다.
실제 지급액은 거주기간과 전입 시기, 근무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지역 주민 B씨는 “군용기 소음으로 대화가 중단되고 일상생활이 방해받는 상황이 반복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상당하다”며 “현재 지급되는 보상금의 액수만으로 이런 피해가 제대로 보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장기간 소음에 노출된 주민들의 건강과 스트레스, 생활환경을 보상·지원 기준에 반영하고 선진국 사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공항 인근 개포면 행정복지센터에서도 소음 때문에 민원 통화가 끊기는 일이 발생한다.
센터 관계자는 “민원인의 전화가 걸려와도 전투기가 지나가는 순간에는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잠시 뒤 다시 전화해 달라고 요청하거나 항공기가 지나간 뒤 통화를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부대는 주간·야간 비행훈련 일정을 통상 일주일 전에 안내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주민들은 추가 전력 배치와 활주로 건설로 소음이 더 커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군 당국은 광주 군공항 부지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연계해 제1전투비행단 기능을 예천·서산·중원기지에 임시 분산 배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천에서는 유천면·개포면 일대 89만7212㎡에 활주로를 추가 건설하는 사업도 2031년 말 완료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예천 북부 효자면 보곡리에서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송전탑 건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효자면 지역 주민 D씨는 “과거 효자면 양수발전소를 위해 철탑을 세울 때는 우리 마을을 위한 시설이라고 생각해 피해를 감수했다”며 다른 지역의 전력 공급을 위해 마을이 다시 부담을 떠안는 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345㎸ 신영주~신중부 송전선로는 영주 신영주변전소와 청주 오창 신중부변전소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지역별 전력 수급난 해소와 국가 첨단산업단지 전력 공급망 확충을 위해 추진된다.
효자면 주민들은 철탑과 송전선 설치에 따른 농지·산림·마을 경관 훼손과 주거환경 악화, 전자파 노출을 우려하고 있다.
명봉리·백석리 등 주민들은 지난 8월 13일 효자면복지회관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명봉리에서는 명봉사와 문종대왕 태실비 주변의 역사·문화 경관 훼손 우려도 제기됐다.
효자면 부면장은 “석묘리에서 보곡리로 이어지는 노선이 최종 후보로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예천군 효자면 송전탑 입지선정위원회 관계자는 "앞서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선 조정과 새 철탑 설치 후 기존 예천양수발전소 송전선로를 철거하는 방안 등을 한전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공항 주변과 효자면은 사업 영향권이 다르지만, 두 지역 주민 모두 생활 터전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예천군의회도 지난 10일 군공항 복수활주로 건설과 광주 군공항 전력의 예천 배치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같은 날 신영주~신중부 송전선로 건설 반대 성명을 내고 주민 의견을 반영한 대책을 요구했다.
송전탑 선로 선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예천군 효자면 보곡리에서 만난 G씨는“국가를 위해 주민들이 계속 양보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우리 땅, 내 땅을 수용하면서까지 이런 사업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dby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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