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뜬 한글 광고…20대 공무원 아이디어였다

20대 봉화군청 주무관이 사비 32만원 들여 송출
봉화사과 홍보…국내 소비자 겨냥한 역발상 마케팅

뉴욕 타임스퀘어 한 전광판에 봉화군청의 홍보영상이 송출됐다(봉화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8.15/뉴스1

(봉화=뉴스1) 신성훈 기자

봉화사과 맛있지만 광고 안 합니다

지난 13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색적인 한글 전광판 광고가 등장했다. 대기업이나 대형 기획사가 아닌 경북 봉화군 소속 20대 청년 공무원의 작품이다.

15일 봉화군 등에 따르면 군청에서 농특산물 홍보를 맡고있는 김수성 주무관(27·봉숭이 주무관)은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한 대형 전광판에 봉화사과 홍보 영상을 송출했다.

해당 광고는 24시간 동안 매시간 1회씩, 1회당 15초간 송출되는 방식으로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노출됐다.

김 주무관이 이번 광고에 투입한 비용은 32만9000원이다.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사비다. 군청 행정 예산에 국외 광고 관련 별도 항목이 없자,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치는 대신 자신의 사비를 직접 결제하며 전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는 군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실제 카드 결제 영수증 내역을 공개하며 "광고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것) 인증"이라는 글을 올려 온오프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전광판을 채운 위트 있는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화면에는 투박한 글씨체로 '봉화사과 맛있지만 광고 안 합니다'라는 역설적인 한글 문구가 또렷하게 새겨졌다. 자극적인 수식어가 난무하는 뉴욕 한복판에서 오히려 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시치미를 떼는 기발한 문구로 현지인과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뉴욕 타임스퀘어 한 전광판에 봉화군청의 홍보영상이 송출됐다(봉화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8.15/뉴스1

김 주무관이 사비를 털어 뉴욕 한복판에 15초짜리 광고를 띄운 진짜 이유는 국내 소비자를 겨냥한 마케팅이었다.

김 주무관은 "수출 목적이 아닌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라는 사실만으로 국내 이슈화를 노렸다"며 "단순 군정 정보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광판이나 SNS 밈 홍보는 매출 증대 등 정량적 효과를 명확히 측정하긴 어렵지만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정형화된 홍보 효과를 따지기보다 '봉화'라는 두 글자를 각인시키는 게 우선이다"며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밈(Meme)을 발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광고를 자비를 들여 기획하고 송출까지 시킨 김수성 주무관 (봉화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2026.8.15/뉴스1

지난 5월 군 공식 캐릭터 '봉숭이'를 내세워 SNS 홍보에 나선 김 주무관은 지자체 B급 홍보의 대표주자인 '충주맨'의 팬을 자처하면서 관공서 특유의 딱딱한 홍보 문법을 벗어던지고 기발한 시도로 화제를 모아왔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보수적인 지방행정 조직 안팎에서도 신선한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형 언론사 광고나 지역 행사 설치물에 의존하던 기존 홍보 틀을 깨고, 단돈 30여만 원으로 최선의 브랜드 각인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지자체 및 정부 기관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울산 남구 공식 계정은 "혹시 광역시에서 일해 볼 생각 없으시냐", 의성군청은 "광고 한구석에 '의성마늘 짱'을 넣어달라", 충주시에선 "이왕 사비 쓰신 거 그까이꺼 한국사과라고 해달라. 충주 하면 사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우리 봉숭이 월드스타 맞다" 등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지역 농가와 주민들 역시 다가오는 사과 수확 철을 앞두고 청정 봉화사과의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며 청년 공무원의 남다른 열정과 소명 의식에 격려를 보내고 있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