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사과한 날 '음주·뺑소니' 수사 정보 퍼다 준 경찰(종합)

'경찰관 음주 뺑소니' 덮으려 10차례 통화
"남성 목격자 나왔다" 정보 유출에 운전자 바꿔치기 취소

대구동부경찰서. 2026.8.7 ⓒ 뉴스1

(대구=뉴스1) 신성훈 기자 =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 당시 경찰관 부친에게 수사 정보가 유출돼 부실 수사 논란이 일자 경찰 수뇌부가 고개 숙여 사과했던 바로 그날, 현직 경찰관의 음주 뺑소니 사건에서도 경찰 내부 수사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또 드러났다.

7일 법조계와 경찰 등에 따르면, 대구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전날 경찰관 A 씨의 음주·뺑소니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대구경찰청과 수성경찰서, 고산지구대 등 3곳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지난달 9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주택가에서 대구경찰청 소속 A 경사는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현장을 이탈했다. A 경사는 사고 직후 피해 차량에 자기 전화번호 대신 아내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 수사 정보 유출은 사고 발생 이틀째인 지난달 10일부터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이 날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장윤기 사건 관련 수사 정보 유출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한 날이다.

A 경사의 부친은 사고 다음 날 평소 친분이 있던 고산지구대장 B 씨에게 연락해 아들의 사건 수사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청탁했다.

B 지구대장은 수성경찰서 수사팀 소속 C 경사에게 연락했고, C 경사는 담당 후배 경찰관 D 씨를 통해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한 뒤 B 지구대장에게 "사고 후 조치 없이 떠난 물적피해 도주", "남자 목격자가 있다" 등의 주요 정보를 전달했다.

이들은 사흘간 10차례 가깝게 통화를 주고받으며 실시간으로 수사 정보를 공유했다.

"음주 사고에 뺑소니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경찰 내부 정보를 유출 받은 A 경사는 사고 사흘 만에 가해 차량이 부인 명의라는 점을 이용해 아내를 진짜 운전자인 것처럼 경찰서에 대리 출석시켰다.

그러나 수사팀 소속 경찰관으로부터 "남성 목격자 진술이 확보됐다. 이대로 부인을 내세우면 안 된다"는 수사 정보가 추가로 전달되면서 법망을 빠져나가려던 이 계획은 수정됐다. 운전자 바꿔치기가 발각될 경우 범인도피교사죄 등이 추가되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A 경사는 아내가 출석한 바로 다음 날 경찰서에 직접 출석해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동부경찰서는 A 경사에게 내부 수사 정보를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B 지구대장과 C 경사를 입건하고 직위 해제했다. 정보 유출 과정에 개입한 A 경사의 부친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음주 운전 사고를 낸 A 경사 역시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불구속 입건 및 직위해제 됐다. 경찰은 A 경사에 대해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 정황과 범인도피교사 혐의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을 통해 수사 정보 유출의 위법성 여부를 엄정히 규명할 방침"이라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ssh484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