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공원, 밤엔 역사"…'폭염 절정', 대구 쪽방촌 주민들의 생존법
- 이성덕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덥지 않냐고? 방법이 없지. 낮에는 공원에 가고 밤에는 근처 역사에서 노숙하는 수밖에."
6일 오전 10시도 채 되지 않았지만 대구 기온은 이미 33도에 육박했다. 대구 중구의 한 쪽방에서 생활하는 A 씨는 자그마한 부채에 의지해 지독한 폭염을 버티고 있었다.
A 씨는 3평 남짓한 쪽방에서 10여 년째 살고 있다고 했다. "여인숙이라 전기 설비가 부족해 에어컨을 달고 싶어도 주인 동의를 받지 못한다"며 "선풍기에서는 뜨거운 바람만 나오니 숨이 막혀 낮에는 집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 한 쪽방에서 20년 가까이 생활한 B 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B 씨는 "상담소에서 얼음물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가져다주지만 금방 비어버릴 때가 많다"며 "하루에 생수 한 병 정도를 받을 수 있지만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버티기에는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 주민들을 돕고 있는 대구쪽방상담소도 폭염 대응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무더위쉼터나 에어컨이 있는 모텔 등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집을 두고 어디를 가느냐'며 쪽방을 떠나지 않으려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쪽방 주민들을 대상으로 에어컨 11대를 추가 설치했다"며 "하지만 여인숙은 노후한 전기 설비 문제로 에어컨 설치 자체가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현재 대구지역 쪽방 주민은 519명이며, 에어컨이 설치된 곳은 전체의 47.8%에 그친다.
상담소 직원들은 쪽방촌 폭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냉방기기 지원보다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직원은 "에어컨 설치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쪽방을 벗어나 안정적인 주거로 옮기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며 "임대주택을 권유해도 오랫동안 살아온 곳을 떠나기 싫어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대구도시개발공사는 올해 처음으로 '안심주택' 사업을 통해 쪽방 주민들의 주거 상향을 지원하고 있다.
안심주택은 폭염 등으로 주거가 어려운 주민들이 일정 기간 임시 거주한 뒤 장기 공공임대주택으로 옮길 수 있도록 월세를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는 쪽방 주민 5명이 안심주택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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