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 화상' 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화 계획범죄 수사(종합)

70대 방화범, 입주자 대표 선거 감사 출마했다 낙선
방화 후 화상 입은 채 흉기들고 소란 피워

2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주민과 관리인 등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026.7.23 ⓒ 뉴스1 공정식 기자

(경산=뉴스1) 정우용 공정식 이성덕 신성훈 기자 = 8명이 화상을 입은 경북 경산시 사동 창신백조2차 아파트 관리사무소 폭발·화재는 입주자 대표(관리단) 선출에 불만을 품은 70대 아파트 주민의 범행으로 밝혀졌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29분쯤 A 씨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들어가 인화성물질을 뿌려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불은 관리사무소와 경로당을 태우고 오전 8시 48분쯤 진화됐다.

이 불로 50대와 70대 남성, 40대 여성, 50대 여성 2명, 60대 여성 2명, 70대 여성 1명 등 8명이 화상을 입었다.

이들 중 50대 남성과 50·60대 여성 등 3명은 전신에 중화상을 입었으며, 1명은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중 여성 5명은 경로당에 있던 노인들이며, 이날 오전 관리사무소에서 관리규약 개정을 논의하기 위해 주민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2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주민과 관리인 등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장에 불 탄 신발이 놓여 있다. 2026.7.23 ⓒ 뉴스1 공정식 기자

폭발·화재로 아파트는 한순간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3~4차례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몸에 불이 붙은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관리사무소 밖으로 뛰쳐나왔고, 이를 본 주민들이 옷가지 등으로 불을 끄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A 씨는 불을 낸 후 흉기를 들고 관리사무소 주변에서 "다 죽여버리겠다"며 소란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에 제압됐다. A 씨도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열린 입주자 대표 선거에서 감사로 출마했다가 선거방해 행위로 고소를 당하자 출마를 포기했으며, 새로 선출된 입주자 대표와 갈등을 빚다 이날 관리사무소에 불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전날 관리사무소에서 주민과 말다툼을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중재로 귀가했으며, 관리사무소 측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A 씨가 고소 사실을 알게 되자 관리인을 횡령 혐의로 맞고소하겠다며 주민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전날 늦은 오후 아파트 동 출입구의 유리문이 파손된 채 발견됐으며, 이날 오전에는 관리사무소의 폐쇄회로(CC)TV 케이블이 모두 뽑혀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70대 입주민의 방화로 불이 나 관리인 등 8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026.7.23 ⓒ 뉴스1 공정식 기자

피해 여성의 남편 B 씨는 "아침에 누군가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CCTV 전원 코드를 모두 뽑아놔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아내가 '내가 가 보겠다'며 나간 후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를 찾으러 관리사무소로 가던 중 '펑'하는 소리가 3차례 들렸다"며 "검은 연기가 치솟더니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왔고, 옷에 불이 붙은 사람도 있어 모두 어쩔 줄 몰라했다"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10여년 전부터 최근까지 아파트 운영을 둘러싸고 주민끼리 갈등이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A 씨가 10여 년 전부터 전 위원장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품고 경산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이후 외부 감사를 통해 전 위원장이 소액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 위원장은 올해 4월 자진 사퇴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위원장 사퇴 이후 A 씨가 한동안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지만, 관리인 판공비를 임의로 10만 원 인상하는 등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지적이 많았다"며 "5월에는 주민 동의를 거쳐 새 관리인이 선출됐고, 관련 절차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새로 선출된 관리인에게 계속 불만을 제기했고, 입주자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하자 관리사무소를 찾아와 욕설과 고성을 반복하며 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경산시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서는 옥상 방수공사 업체 선정과 관련한 민원이 잇따라 제기됐으며 지난해 연말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감사'를 청구했다.

경산시는 올해 1월 이 아파트에 대한 감사를 벌여 관리비 공개 미흡 등 위반사항 10건을 적발, 과태료를 부과했다.

2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주민과 관리인 등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현장을 통제하고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026.7.23 ⓒ 뉴스1 공정식 기자

이 아파트는 1990년 지어져 36년된 6층짜리로 204세대가 살고 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300세대 이상이거나 150세대 이상이면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거나 중앙집중식 난방인 아파트가 아니면 경산시의 공동주택 의무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집합건물법상 관리인을 두도록 돼 있고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관리비 등을 공개해야 한다.

사건이 발생한 이 아파트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운영위원장과 감사 등에게 일정액의 판공비를 지급하고 있다.

경찰은 A 씨를 현주건조방화물방화와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하고 계획범죄 등을 조사하고 있다.

news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