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엔 삼계탕"…대구 두류공원 '사랑해밥차' 1500명 오픈런
"지선 후 후원 95% 끊겨…여름철 이웃 돌아봐 주시길"
-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삼복더위가 시작된다'는 초복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대구문화예술회관 앞 공터에 마련된 사랑해밥차 무료급식소.
초복을 앞두고 복달임 삼계탕 배식이 예정된 공터 내 가로수 아래에는 나무토막, 돌멩이, 생수통, 가방, 우산, 지팡이 등 개인 소지품이 일렬로 놓여 있었다.
바닥에 놓인 소지품들은 배식을 기다리는 번호표인 셈이다. '새벽 6시'라고 쓴 글씨 앞에도 한 뼘 크기의 나무토막이 20여개는 족히 넘었다. 어림잡아 5시쯤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분위기였다.
특명 '초복맞이 삼계탕 나눔'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은 연일 계속되는 '극한 더위'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대형 솥 6개를 준비했다. 일부는 간이 식탁과 의자도 설치했다. 이날 준비해야 할 삼계탕은 1500인분.
자원봉사자들은 오전 10시쯤 솥 6개에 일제히 불을 붙이고 손질한 닭과 인삼, 엄나무, 대추, 마늘 등을 넣은 삼계탕 끓이기가 시작됐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1인분 가격이 1만 7000원~2만 원선인 것을 감안하면 약 3000만 원 상당의 삼계탕을 준비하는 셈이다.
최영진 사랑해밥차 단장(68)은 "해마다 삼복더위엔 후원단체의 도움을 받아 빠지지 않고 삼계탕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지방선거 이후 후원이 95%가량 끊겨 봉사단 예산을 탈탈 털어 600만 원을 마련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전 11시 40분 무렵 번호표가 있던 자리는 어느새 배식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맨 앞에서 배식을 관리하는 봉사자는 빨간 유성펜을 꺼내 대기자 손바닥에 번호를 매겼다. 준비한 삼계탕이 딱 1500그릇이어서 배식을 두 번 받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이날 배식 봉사는 대구지검 서부지청과 대구서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들이 힘을 보탰다. 자원봉사자들은 우선 휠체어를 타고 온 어르신에게 삼계탕을 전달한 뒤 배식을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사랑해밥차 무료급식소를 찾는다는 김모 씨(65)는 "매년 초복 무렵 삼계탕을 배식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오늘도 많은 사람이 줄을 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식사는 2시간가량 이어졌다.
급식소 관계자는 "중간에 대기 인원을 파악해 1500명 뒤로는 줄을 서지 않도록 했다. 기다리다 삼계탕을 못 먹고 돌아가면 그것도 낭패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와 뒷 정리에도 2시간이 훌쩍 넘었다.
2004년 3월 거리공연을 하던 사랑해장애인예술단 회원과 자원봉사자 등 6~7명이 뜻을 모아 시작한 '사랑해밥차' 무료급식소는 어느덧 22년째로 접어들었다.
매주 화·목요일 열리는 이 무료 급식소는 하루 평균 1000여명, 연간 10만명이 이용한다. 밥차는 대구시의 지원금과 거리공연이나 행사 모금, 기업 후원, 시민 기부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영진 단장은 "경기가 어렵고 불황이 길어져 여름철 무료급식도 타격이 크다"며 "연말연시 이웃돕기만 생각하지 말고 더운 여름에도 이웃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jsg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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