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값 오르면 라면·과일값 오른다”…경북 포장업, 중동 리스크 직격

영세 하청 구조…“단가 못 올려 버티기 한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나프타(납사)’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비닐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식품 포장재에 이어 종량제봉투까지 품절 사례가 잇따르는 등 '비닐 대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종량제봉투. 2026.3.24 ⓒ 뉴스1 김진환 기자

(안동=뉴스1) 김대벽 기자 = 중동 사태 장기화로 유가와 물류비가 동반 상승하면 경북 경산·칠곡·김천에 밀집한 영세 포장재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업체 규모는 작지만 농산물 유통과 식품 가공, 제조업 생산을 연결하는 핵심 중간고리 역할을 해 충격이 확산되면 지역 경제 전반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장재 산업은 구조적으로 석유 가격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 비닐봉투, 식품 포장필름, 농산물 포장재의 주요 원료인 합성수지는 석유화학 기반이다.

유가 상승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합성수지 가격과 포장재 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여기에 전력비와 운송비까지 오르면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

영세 포장업체는 경산에 70~100곳, 칠곡 40~70곳, 김천 30~50개 분포돼 있으며, 대부분 근로자 5~20명 규모의 OEM·하청 구조다.

이 때문에 원가 상승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경산 진량·압량 일대는 식품 포장 필름과 인쇄 비닐 업체가 모여 있다.

대림수지공업, 세림포장 등은 라면봉지, 과자 포장, 냉동식품 비닐을 생산하는 식품 공급망에 속한다.

유가 상승 시 포장 원가가 오르면서 식품 가격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칠곡 왜관산단은 전자부품 보호필름과 산업용 포장재 중심으로, 구미의 전자·IT 산업과 직접 연결된 구조다. 유가와 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면 원가 상승과 수출 차질, 발주 감소가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김천은 사과, 포도 등 과수 산지로 농산물 포장 수요가 집중된 곳이다.

과일 상자, 트레이, 완충재 가격 상승은 유통비 증가로 이어진다.

유가 상승, 포장재 가격 상승, 농산물 유통비 상승,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영세 하청 구조다.

원재료는 즉시 반영되지만 납품 단가는 고정돼 있고, 재고 여력도 부족하다.

포장업체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은 바로 오르는데 납품 단가는 못 올린다. 이 상태가 몇개월 이어지면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북에서는 이미 비료·사료 가격 상승, 중간재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포장재 가격 상승까지 겹칠 경우 농업, 식품, 제조업 전반의 비용 상승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경제 분석 전문가들은 "포장재 산업을 단순한 후방 산업이 아니라 비용 상승의 시작인 기반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 경제혁신추진단과 비상경제대응 TF팀은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사항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dby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