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 "뇌 신호 전달·기억 형성 핵심 단백질 기능 규명"

"자폐·치매 등 기능 이상 뇌질환 치료 단서 기대"

뇌 속 시냅스 근처에서 다양한 단백질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을 그린 모식도.(DGIS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스1) 이재춘 기자 =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이 뇌 속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과 기억 형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단백질 '카스킨2'의 기능을 처음 규명했다고 17일 DGIST가 밝혔다.

DGIST는 이번 연구가 시냅스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뇌 질환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연구단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시냅스'라는 특수한 연결 구조를 통해 소통하고 정보를 처리하며 기억을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시냅스의 신호를 보내는 쪽(전 말단)과 받는 쪽(후 말단)이 나노미터 수준에서 정교하게 정렬해야 정확한 신호전달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정렬이 어떤 분자적 메커니즘을 통해 조절되는지에 대해서는 그간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시냅스 전 말단에 위치한 '카스킨2' 단백질이 흥분성 시냅스의 기능과 강도를 조절하는 핵심 인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구조가 매우 유사한 '카스킨1' 단백질은 이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반면, '카스킨2'는 신호 전달 과정에서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카스킨2 단백질이 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받는 세포 기능까지 직접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카스킨2'가 시냅스 사이 공간을 가로질러 두 세포 간 소통 전체를 조율하는 '마에스트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런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이 실제 학습과 기억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쥐 모델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단 센터장인 고재원 교수는 "이 연구는 신호를 보내는 세포의 '카스킨2'가 'PTPo 단백질'과 상호작용해 신호를 받는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고, 이런 작용이 기억 형성 과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것"이라며 "이는 신경세포 간 소통이 어떻게 정밀하게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카스킨2-PTPo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의 과학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eajc@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