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힘들어"…추락사 20대 베트남 여성 노동자의 마지막 말
대구 노동계 "불법 체류 노동자 단속 멈춰라"
- 남승렬 기자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 단속 뒤 베트남 출신 2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 사건과 관련해 대구 노동계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가 미등록 노동자에 대한 단속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는 30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회견을 열어 "또 1명의 이주노동자가 죽었다"며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적인 합동단속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8일 성서산업단지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은 정부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한 무리한 합동단속이 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간, 결코 우연이 아닌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단속 과정에서 숨기 위해 몸을 피했던 25세 베트남 여성 노동자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며 "사인 규명이 진행 중이지만, 공포와 추격 속에서 발생한 비극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사건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이 만들어낸 구조적 폭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법무부 차량에 탄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반은 지난 28일 해당 공장 안에 들어간 뒤 미란다원칙 고지도 없이 체류비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이주노동자로 보이면 무조건 2명씩 짝을 지어 수갑을 채우고 버스로 데려갔다고 한다.
단속반은 이주노동자들을 강제로 버스에 태우고 나서야 신원을 확인하고 체류비자가 확인되면 버스에서 내리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공장 안에 숨어 있던 베트남 여성 노동자 A 씨(25)가 단속반이 돌아간 후 숨진 채 발견됐고, 경찰 등은 A 씨가 추락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과수와 의사 소견에 따르면 이 여성의 직접 사인은 머리뼈 골절이며, 2층 높이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측은 "온몸이 골절돼 떨어진 현장에서 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의료 소견으로는 '죽으려고 한 게 아니라 피하다 생긴 사고사'라고 진단했다"고 말했다.
2000년생인 A 씨는 올해 2월 계명대 관관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최근 이 공장에 입사해 2주일 동안 자동차부품 생산 업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체류 상태는 'D-10(구직비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는 '숨쉬기 힘들다'였다"며 "아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그녀를 정부가 불법체류자로 낙인찍고 단속의 공포 속으로 내몰았다. 이 죽음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정부의 폭력적 단속이 낳은 인권 참사이자 제도적 살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와 관련 노동계 등은 법무부 공식 사과와 합동단속 중단, 이주노동자 체류권 보장, 단속 책임자 처벌,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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