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해장국거리' 역사 속으로…10여곳 중 마지막 1곳 간판 철거

"서민 애환 달래던 곳인데 아쉬워"

경북 경주시 팔우정로타리에 있는 해장국거리 모습.(뉴스1 자료, 재판매 및 DB금지) 2025.10.22/뉴스1

(경주=뉴스1) 최창호 기자 = 6·25전쟁 이후 70년간 영업해온 경북 경주시 해장국거리의 마지막 해장국집 입간판이 철거됐다.

1960~2000년 초 경주시 팔우정로터리 인근에서 천마총 방향으로 줄지어 늘어섰던 해장국집은 10여곳을 헤아렸다.

지금은 운행이 중단된 '비둘기호' 완행열차를 타고 새벽 경주역에 도착한 사람과 아침 일찍 출근하던 노동자, 전날 숙취를 풀기 위해 찾은 직장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해장국거리 식당의 메뉴는 메밀묵에 묵은김치와 해초를 넣은 해장국, 얼큰한 선짓국, 추어탕 등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음식이었다.

경북 경주시 황오동 해장국 거리에 설치돼 있던 간판이 철거되고 있다. (경주시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0.22/뉴스1

그러다 2007년 해장국거리 인근의 황오동 쪽샘지구 고분군 정비 등을 위한 보상 절차가 진행되면서 식당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으며 보상 합의를 하지 못한 한 곳만 남았다.

최근 점포 앞에 설치된 입간판을 철거한 마지막 식당 주인 A 씨는 "경주시와 보상 협의가 진행되면 더 이상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곧 해장국거리가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해장국거리의 간판 철거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시가 거리 정비를 위해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70대 시민은 "서민들이 애환을 달래던 곳이었는데 사라진다니 많이 아쉽다"고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해장국 식당들이 대부분 철거된 상태여서 더 이상 '해장국거리'라는 간판이 맞지 않아 이달 초 철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choi1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