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열 학도의용군 포항지회장 "나라 없는 국민 없어"

75년 전 8월11일 북한군과 싸우던 학도의용군 48명 산화

학도병 참전 75주년인 11일 포항시 북구 포항여고 앞에 있는 학도의용군 추모공원에서 이석수 학도의용군 경북지회장(왼쪽)과 권정열 포힝지부장이 전사한 학우들을 기리며 경례하고 있다. 2025.8.11/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아마 그때도 더위가 심했지, 벌써 75년이 지났네."

8월 11일은 6·25 전쟁 당시 남하한 북한군 766부대와 포항여중(현 포항여고)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학도의용군 48명이 산화한 날이다.

권정열 경북도 학도의용군 포항지회장(93)은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11일 포항여고 앞 학도의용군 추모공원에서 펜 대신 총을 들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북한군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학우들을 그리며 6·25 전적비를 묵묵히 지켜봤다.

권 지회장은 전쟁이 발발하자 17세에 국군 3사단에 편입돼 군사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포항 전투에 참전했다.

그는 "동지중고 전신인 상공중학교(6년제)에 다니던 중 죽도시장 인근을 지나다 강제징집됐지만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군인들이 모인 곳에서 비슷한 나이의 학우들과 함께 전투에 참전했다"고 회고했다.

권 지회장은 "자대 배치 후 옛 포항역과 우현동, 용흥동 탑산 인근을 순찰하라는 임무를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군 탱크가 오는 것을 보고 겁이 났다"며 "그러나 학우들과 함께 '우리가 조국을 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결의한 후 필사의 정신으로 맞서 싸웠다"고 말했다.

이후 장사상륙작전으로 북한군이 후퇴하기 시작했고, 권 지회장은 국군 3사단과 함께 원산 인근인 안변까지 북진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지휘관 명령에 따라 그해 11월 귀향하던 도중 북한군을 만나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권 지회장은 "나라 없는 국민은 없다. 선열과 먼저 간 학우들이 지킨 대한민국을 더 강하게 만들고 국민들이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학도의용군 71명이 북한군 766부대와 싸우다 48명이 전사하고 4명이 실종됐다. 현재 포항에는 학도병 7명이 생존해 있다.

포항시와 6·25 참전 대한민국 학도의용군 선양회는 전사한 학도의용군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북구 용흥동에 있는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에서 추념식을 거행한다.

choi1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