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름 방해 금호강 수목 베어내야" vs "유속은 영천댐 때문"

폭우 때마다 범람…"강에 수목 있으면 수위 더 상승"
환경단체 "야생동물 서식 기여, 무분별한 제거 반대"

집중호우가 쏟아진 10일 물이 불어난 대구 동구 금호강 주변이 흙탕물로 변해 있다. 이날 금호강 일부 구간이 범람해 금강동 일부 주택이 침수되고, 주민이 고립되기도 했다. 2024.7.1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극한호우 때 자주 범람해 물 흐름을 방해하는 금호강 수목을 베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환경단체가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22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시가 '금호강이 자주 범람해 주민들이 불안해 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환경 당국에 제기했다.

환경 당국은 금호강을 끼고 있는 대구 북구 팔달교에서 경북 경산시 하양읍 대부잠수교까지 32㎞ 구간을 조사한 결과 수목으로 물이 빨리 흐르지 못해 강 수위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안심습지에 있는 일부 수목은 강 범람을 막기 위해 설치된 제방보다 더 높아 물이 흘러가지 못하게 하는 장벽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금호강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17일 내린 폭우로 대구 동구 신암동의 금호강 수위가 5.2m까지 올라 홍수주의보가 발령됐을 당시 동촌유원지 오리배 선착장이 일부 잠겼고 북구 노곡교와 조야교 통행이 차단됐으며 동구 금강동의 지하차도가 침수됐다.

지난해 7월에도 금호강 범람으로 동촌유원지에 있는 사업장 17곳이 침수돼 3억여 원의 피해가 났으며, 금강동에서도 물난리가 나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한평생 금강동에서 살았다"는 한기표 동구 금강동 통장은 "어릴 적에는 수목이 없어 이런 물난리가 나지 않았는데 요즘은 비가 일시적으로 많이 내리면 유속이 느려져 강물이 쉽게 넘쳐 도시철도 1호선 안심역과 아양교 일대가 침수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에 양수기를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라며 "당국의 수목 제거 사업이 너무 늦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수목이 있으면 1m 상승할 수위가 2m까지 올라간다. 하천에 물이 빨리 빠져야 범람을 막을 수 있다"며 "올 연말까지 하천기본계획에 이 부분을 담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금호강에는 수목 군락이 발달해 야생동물 서식에 기여하고 생태계가 되살아났다"며 "영천댐으로 유속이 느려지고 하천 형태가 바뀌게 된 것이다. 무분별한 수목 제거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psyduc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