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속 차 몰고 "대피, 대피" 외친 권오삼·기현씨 부자…5명 구했다

'괴물 산불' 맞서 이웃 생명 구한 시민 영웅들
구사일생 할머니 "그 차 안 탔으면 죽었을 것"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산불 이재민들을 위한 저녁 봉사를 하고 있다. 2025.3.27/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대구·경북=뉴스1) 정우용 최창호 기자 = 1주일간 지속되는 경북의 '괴물 산불'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산림·소방당국 진화인력과 함께 이웃의 생명을 구하고 이재민을 돕기 위해 옷소매를 걷어붙인 평범한 이웃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 25일 밤, 기습적으로 들이닥친 화마로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 정전이 발생해 무선 통신이 끊기자 삼의리 이장 부부가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불길이 치솟는 동네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에 화마에 휩쓸려 차 안에서 변을 당했다.

같은날 저녁 불길이 치솟은 영덕군 지품면 원전리에서는 주민 권오삼 씨(70)와 권기현 씨(38) 부자가 차를 몰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대피하라"고 외쳐 대피시킨 뒤 할머니 5명을 태우고 마지막으로 마을을 탈출했다.

이들의 도움으로 구사일생한 한 할머니는 “그때 차를 안 탔으면 죽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동에서는 마당과 집이 불에 타 발만 동동 구르던 70대 할머니가 이름도 모르는 젊은이의 도움으로 차에 타 위기를 모면했다.

이 할머니는 "생명의 은인의 이름도 모르고 고맙다는 말도 전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영덕읍 '카페 얌' 커피 무료 제공/2025.3.28/뉴스1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민 자영업자들도 많다.

영양군민회관 앞에서는 최민우(53)·석유진(60) 씨 부부가 푸드트럭을 열고 이재민들에게 붕어빵과 어묵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영덕읍에서 '카페 얌'을 운영하는 여성은 산불 진화대원과 이재민들에게 매일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으며, 안동에서는 한 숙박업소 사장이 이재민에게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28일 오후 2시30분 경북 산불 중 영덕지역의 주불이 진화돼 평균 진화율이 95%를 넘어섰다.

news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