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같은 분이었는데"…산불로 영양 법성사 주지스님 '입적'
의성 산불 확산으로 영양서 6명 사망
- 신성훈 기자
(영양=뉴스1) 신성훈 기자 =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 확산으로 영양군의 한 사찰이 소실되면서 절을 지키던 주지 스님이 입적했다.
27일 영양군 등에 따르면 영양군 석보면 법성사 주지 선정(85) 스님이 전날 소사 상태로 발견됐다.
지난 25일 오후 5시40분쯤 산불이 석보면 화매1리로 확산하자 1시간 뒤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발령됐다.
마을로 날아든 불씨는 순식간에 동네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었고, 소방관들이 접근할 틈도 없이 산 전체가 거센 불길에 휩싸인 바람에 법성사가 불타고 말았다.
다음날 불길이 어느 정도 걷힌 후 소방대원들이 법성사로 진입해 대웅전 옆 건물에서 이미 숨을 거둔 선정 스님을 발견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스님은 '법 없이도 살 분', '누구에게나 모범적이던 분', '항상 희생하셨던 분', '먹을 것이 없어도 보리죽을 나눠주던 분', '고민 상담을 해주고 늘 웃고 정이 많은 분', '마을 입구마다 한평생 서 있는 느티나무 같은 분'으로 알려졌다.
김진득(67) 화매1리 이장은 "산길을 1㎞ 걸어가야 법성사가 나오는데, 당시 산 전체가 불에 휩싸인 상태였다"며 "스님이 혼자 있을 거란 생각에 소방관들과 함께 들어가려 했지만, 진입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혼자 사찰을 지키신 마음 넓고 좋은 부처 같은 분이었다. 수십년간 마을 주민들과 왕래하며 우리가 잘 되길 빌어주신 분인데 너무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고 했다.
법성사는 마을에서 산길을 통해 3㎞를 들어가야 했지만 2002년 마을에서 1㎞ 떨어진 거리로 이전했다. 화매1리 주민 70명 중 절반가량이 이 절에 다녔다고 한다.
앞서 지난 25일 의성 산불이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확산해 지금까지 영양에서만 6명이 목숨을 잃었다.
ssh484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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