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농민들 "보 수문 연다고 농사 못짓는 건 아냐"
"상시개방 해도 크게 달라진 거 없다"
"보 없애면 녹조 안생겨"vs"보, 홍수피해 예방"
- 정지훈 기자
(대구ㆍ경북=뉴스1) 정지훈 기자 = "우리도 낙동강 상수원에서 끌어올린 물을 먹고 사는데, 먹는 물이 문제지. 녹조가 좀 끼어도 농사짓는데는 아무 문제없다. 이 근처에서는 물이 없어서 농사 못짓는데는 없다 아이가"
올들어 첫 녹조가 관측된 대구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에서 낙동강 길을 따라 6㎞ 아래 위치한 달성군 구지면 징리에서 만난 한 농부는 4대강 보 수문 상시개방 이후에 대해 "별문제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지난 1일부터 보가 상시 개방된 낙동강 달성보와 가깝다.
들판에서 모내기를 위해 물대기 작업을 하던 김점태 할아버지(71)는 "예전에는 다들 천수답이었지만 여기에 보가 들어선 이후에는 아랫쪽 취수장에서 물을 당겨 쓴다. 보가 없으면 이렇게 물을 퍼 올릴데가 없지"라며 보가 생긴 이후 변화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할아버지는 "요즘 보 문 열었다고 난리던데, 여기서는 가뭄 피해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가 없던) 예전에도 강에 물이 마르지 않고는 물이 부족해서 농사를 못짓진 않았다. 다만 산 아래 밭에는 비가 많이 안 와서 힘들긴 하다. 여기 밭에선 참깨, 콩을 심고 자두, 밤, 감나무도 키우는데 거긴 물이 없으면 힘들다. 비가 오긴 더 와야 할건데"라며 고개를 저었다.
징리 윗마을인 도동2리도 보 수문 개방으로 인한 피해는 없는 듯 했다.
마을회관에서 시간을 보내던 80대 가량의 노인 6명은 "보 문열었다고 달라진 건 없다"면서 "다만 큰 비가 올 때마다 물난리를 엄청 겪었는데, 보가 생기고 나서는 물난리가 없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도동1리와 2리, 아랫마을 징리, 자모리 등지는 예전부터 큰 비만 오면 홍수 피해를 자주 겪던 곳이다.
한 할머니는 "예전에 크게 물난리가 났을 때는 마을회관 뒷집까지 물이 차 집이 잠긴 적도 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1일 보 수문 개방 이후 수위가 낮아지면서 생긴 변화에 대해 다른 할머니는 "밭에는 지하에서 퍼올린 물을 써왔다. 별로 크게 달라진 건 못 느끼겠다"고 했다.
낙동강에서 올들어 첫 녹조가 발견된 도동서원이 있는 도동1리를 찾았다.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마을 주민 김윤동 할아버지(75)는 "여기는 보가 생긴 이후로 이맘때쯤 늘 물 위에 이끼같은 것이 끼고 그랬다"며 별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보 수문 개방에 대해 김 할아버지는 "도랑에 물이 없어 강에서 경운기로 물을 끌어올리려고 장비가 들어갈 수 있게 길을 만드느라 10만원이나 썼다"며 "(수문 개방 이후로) 물이 줄긴 줄었지만 물 걱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강바람을 쐬러 나왔다는 윤모씨(58·여·대구 본리동) 일행은 "여기는 오늘 처음 와 봤는데 녹조가 낀 것을 봐서는 보를 없애는 게 맞겠다 싶다"고 했다.
윤씨는 "오늘 창녕쪽으로 오다 보니 '4대강 물 빼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내건 플래카드를 봤다. 그말도 맞는 것 같고, 참 걱정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보 관리 수위를 19.5m에서 1.25m 낮춘 낙동강 강정고령보 인근 주민들도 물 부족 우려는 없는 듯 했다.
강정고령보 인근에 위치한 경북 고령군 다사면 일대의 논은 이미 모내기가 끝났거나 아직 모내기를 하지 않은 논에도 물이 가득찼다.
고령군 호촌1동 마을 정자에 모인 노인들은 "예전에 물 난리를 많이 겪었어도 물이 없어 농사를 못 지은 적은 없다"고 했다.
김갑분 할머니(84)는 "24살에 이곳으로 시집을 왔는데, 그동안 집이 세번이나 물에 잠겨 허물어지고 했었다. 큰 비만 내리면 난리였는데 40여년 전 제방을 만들고 나서부터 물넘이가 한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고령군 다산면은 수박, 참외, 감자, 양파가 주요 재배작물인데 지금은 감자와 양파 수확기다.
다산면 관계자는 "이곳은 수리시설이 잘돼서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아직 접수된 것이 없다. 다만 일부 산간 재배 작물의 경우 강수량이 워낙 적어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환경단체는 "낙동강을 끼고 있는 일부 지자체들이 레포츠시설사업의 타격을 우려해 보 수문 개방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낙동강 수계에서는 그동안 물이 없어 농사를 못지은 적이 없을 만큼 물이 풍족한 곳"이라며 "최근 이상한 거짓뉴스가 나도는 것을 보면 일부 정치세력의 장난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낙동강은 영남 주민의 식수원이다. 안전한 식수원을 바라기 때문에 수문 개방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보의 전면 개방을 촉구했다.
daegurain@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