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고-대구경북] 대구 서문시장 화재
- 정지훈 기자

(대구ㆍ경북=뉴스1) 정지훈 기자 = 국내 대표적 전통시장 중 하나인 대구 서문시장에서 11월30일 오전 2시8분쯤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삽시간에 번진 불길은 시장 4지구 1~2층을 완전히 태우고 폭삭 무너졌다.
출동한 750명의 소방대원과 소방차, 헬기 등 97대의 장비가 총동원돼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4지구 점포에 가득 쌓인 의류와 침구류 등 가연성 소재의 상품들로 진화작업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다.
화재 발생 7시간여가 지나도록 불길은 잡히지 않은 채 3층으로 번졌고 불길을 잡기 위해 진입하려던 소방대원 2명이 건물 붕괴로 추락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점포가 활활 타오르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지켜본 시장 상인들이 발만 동동 굴려야 했다.
상인 대부분이 겨울용 옷과 이불, 원단 등을 잔뜩 준비해 놓은 상태여서 피해가 컸다.
30년 넘게 시장에서 장사를 했다는 60대 할머니는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건물을 바라보며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70대 가방판매점 상인은 "전 재산이 저기에 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화재 발생 이틀째인 12월1일 진화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서문시장에 박근혜 대통령이 찾았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발의와 표결을 앞둔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서문시장 민심은 예전 같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상경하는 차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지만 화재피해 상인들은 "정작 피해 상인들은 만나지도 않고 그냥 돌아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시장에 몰려나온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는 모임' 회원들이 대통령이 돌아간 후에도 한동안 '박근혜 만세' 등을 외치자 피해 상인들로부터 "불난 집에 와서 뭐하는 짓이냐"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화재 발생 사흘째인 12월2일 오후 1시8분쯤 서문시장 화재가 완전히 진화됐다. 59시간만이었다.
불은 4지구 점포 679개를 모두 태워 1000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건물의 30%가 붕괴된 4지구 건물은 안전진단 결과 사용불가 수준인 'E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에 들어간 상태다.
화재현장을 방문한 국민안전처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정치권은 가용한 모든 지원을 약속했으며, 대구 시민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피해 상인들을 돕기 위한 성금모금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와 중구는 피해상인들에게 긴급생계지원금을 지급하고 서문시장 인근에 위치한 베네시움 쇼핑몰을 대체상가로 선정해 상인들이 입점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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