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신 자살 경산 고교생…"아무도 지켜주지 못해 미안"
숨진 최모(15)군은 유서에서 ‘중학교 2학년 때인 2011년부터 집단괴롭힘을 당했다’고 썼다.
경산 J중학교에 다녔던 최군이 당시 어떤 괴롭힘을 당했는지는 경찰 조사에서 어느 정도 파악됐다.
경찰이 최군의 중학교 동창생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당시 J중학교 ‘짱’으로 불렸던 권모(15)군이 교실에서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군의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도록 했다.
최군이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을 게 뻔하다.
권군이 7~8명을 데리고 다니며 최군을 포함, 약한 학생들의 돈을 빼앗고 폭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군과 절친했던 김모(15)군 역시 최군 폭행에 가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모의 이혼으로 혼자 생활하던 김군은 최군의 집에서 살며 3개월 동안 도움을 받은 친구였다.
최군 사망 후 최군의 아버지(51)는 “가장 믿었던 친구였다”며 큰 배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최군에 대한 집단괴롭힘이 중학교 2년 내내 계속됐으나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최군이 교실에서 발가벗겨 졌을 때도, 맞을 때도, 금품을 빼앗길 때도 친구들은 외면했고 설문으로 이뤄진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심지어 담임교사 조차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최군이 중학교 2학년이던 2011년 여름, 담임교사는 최군이 김군에게서 맞아 다리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하고 최군의 부모에게 알리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최군이 유서를 통해 CCTV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이런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동료나 교사, 학교의 무관심과 방관 속에서 그나마 CCTV라는 장치를 ‘폭력 멈춤’의 유일한 수단으로 생각했으나 이 역시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리려 했던 것이다.
최군은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100% 못 잡아낸다. 반(교실)에도, 화장실에도 CCTV가 안 달려 있어 사각지대가 있다’고 썼다.
또 ‘CCTV가 있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어렵고, CCTV의 사각지대에서 (학생들이) 맞는다’고도 적었다.
‘CCTV의 눈 밖에서 학생들이 맞고 있는데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는 울부짖음으로 들린다.
최군이 다녔던 경산 J중학교에서는 2011년 1년 동안 매월 전체 조회를 제외하고 모두 6차례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나와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성과로 ‘학생들이 폭력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심각성을 느꼈다’ ‘학교폭력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과 신고요령을 습득해 폭력의 공공성을 확인했다’고 보고했고 매월 전체 조회를 통한 학교폭력 예방 교육 결과 ‘지속적인 훈화 실시로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향상됐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14일 학교폭력 예방 긴급보고회를 열고 최군 사건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위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2년여 동안 학교폭력이 있었는데도 피해학생이 교사나 부모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설치한 ‘117’ 신고전화도 이용하지 않았고 학교지킴이나 상담교사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는 피해학생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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