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항만공사 통합 결정 후 타당성 등 검토…절차도 하자 투성"

부산경실련-이성권 국민의힘 시당위원장, 토론회 주최
"3일 정부 발표 이후 재경부 편익분석 착수"

지난 29일 열린 '부산항과 부산항만공사의 미래를 묻다' 토론회 패널토론 모습. (왼쪽부터) 장하용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박수현 한국해양정책연합 운영위원, 윤지영 부산시의원, 정영석 한국해양대 교수, 박선호 부산항만공사 노조위원장,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 2026.9.30 ⓒ 뉴스1 홍윤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부산·울산·여수광양·인천 등 4대 항만공사 통합에 대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9일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부산경실련)과 이성권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의 주최로 열린 '부산항과 부산항만공사의 미래를 묻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부가 항만공사 통합을 결정한 후 타당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조 발제자로 나선 장하용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재정 지속가능성'과 '수요자 중심 서비스'라는 문제의식은 타당하다"면서도 "편익분석이나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3일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한 이후에야 편익분석에 착수한 것 등을 두고 하는 얘기다.

실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해양수산부가 항만공사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이나 편익 등 효과 분석 자료를 갖추지 않은 채 '선 통폐합, 후 검증'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 등 항만공사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출자기관들과의 정식 협의나 의견 청취를 거치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장 책임연구원은 "쟁점은 이미 찬반을 넘어 절차와 근거의 문제로 옮겨가 있다"며 "어느 길이 나은지는 비교와 공론화로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연구원은 부산시가 항만공사 통합에 대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시 산하 정책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로서 사실상 항만공사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장하용 부산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기조발제 하는 모습. 부산시가 항만공사 통합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시 산하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 사실상 항만공사 통합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2026.9.30 ⓒ 뉴스1 홍윤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도 정부의 '절차상 하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이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부산시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국민의힘 소속 윤지영 부산시의회 해양도시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정부는 지난 3일 통합이라는 큰 방향을 먼저 발표했고 이후 8일이 돼서야 구체적인 통합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결론이 나왔는데 설계는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윤 위원장은 "부산항 문제는 해양금융, 물류산업, 북극항로 등 해양수도 전략과 직결돼 있지만 부산시는 항만공사 통합과 관련해 명확한 대응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부산시가 정부의 최종안을 기다리기만 한다면 정작 부산항에 필요한 요구를 제때 반영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박신호 부산항만공사 노동조합 위원장도 "3일 정부 발표 이후 4일이 돼서야 재정경제부가 편익분석 용역에 착수했다는 것은 결론을 먼저 정해두고 억지논리를 끼워 맞추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라며 "통합을 통해 도대체 얼마의 비용이 절감되고 대외 경쟁력이 얼마나 상승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수치(KPI)나 정밀한 타당성 검토는 단 한 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전력, 철도, 수자원 등 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항만공사는 해외고객 대응에 민감해야 하는 분야"라며 "글로벌 선사의 조 단위 선대 운용과 기항지 결정을 좌우하는 치열한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동북아 물류전쟁에서 패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 사회를 맡은 정영석 국립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와 행사를 주최한 이성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부산시와 시민사회에서 부산항의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논거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정영석 교수는 "현재 항만공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지배구조로 거론되는 '주식회사형 공기업'의 경우 현실적 조건상 쉽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근본적인 구조를 더 깊이 연구해야 관련 입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red-yun8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