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외해로 내모는 손 피해 요리조리…'헤어질 결심' 못한 부캉이
선박 5대 외해 유도 피해 시민들 앞으로 '쏙'…곳곳서 "여기 있다" 함성
비 내리는 북항에도 발길 이어져…보낼까 말까 시민 의견도 분분
- 박서현 기자, 홍윤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홍윤 기자 = "여기 있다! 여기! 이쪽으로 지나갔어요."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북항친수공원. 해경과 소방 선박들이 수면에 물을 쏘며 상어 '부캉이'를 외해로 유도하던 중 반대편 난간에서 시민들의 함성이 터졌다. 부캉이가 어느새 작업 선박 반대편 시민들 앞으로 헤엄쳐 온 것이다.
방향을 틀어 돌아온 대원들이 부캉이의 위치를 묻자, 시민들은 저마다 손가락으로 수면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를 외쳤다. 부캉이를 바다로 돌려보내려는 대원들과 시민들이 뜻밖의 '추적전'을 벌이자 곳곳에서 웃음도 터졌다.
이날 북항친수공원은 부캉이의 외해 이동을 지켜보려는 시민들로 오전부터 붐볐다. 처음 만난 사람들도 휴대전화에 담아둔 부캉이 사진과 영상을 서로 보여주며 금세 말을 섞었다. 누군가 수면 위 물살을 발견하면 일제히 고개를 돌렸고, 부캉이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탄성이 터졌다.
부캉이를 보내야 하는지를 두고는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영도구에서 온 김 모 씨(50대·남)는 "여기에도 조류가 흐르고 숭어나 부시리 같은 물고기가 많은데 자기가 나갈 수 있도록 두면 되지 않느냐"며 "일부러 쫓아내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부캉이를 '복항이'라고 불렀다. 그는 "부캉이가 아니라 부산에 복을 가지고 온 '복항이'"라며 "추석 연휴에는 사람들이 세 줄로 서서 볼 정도였다. 태어나서 상어를 직접 볼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반면 이날까지 다섯 차례 부캉이를 보러 왔다는 괴정동 주민 임영화 씨(60대·여)는 "시민 입장에서는 계속 있으면 좋지만 상어를 생각하면 자기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며 "인간의 욕심으로 붙잡아 둘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부산시가 마련한 환송 행사에서는 시민들이 부캉이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전날 뉴스를 보고 밤사이 환송 현수막을 제작해 왔다는 최원진 씨(40대·남)는 "큰 바다로 나가 원래 살던 곳에서 아무 사고 없이 잘 살았으면 한다"고 했다.
강철호 부산 동구청장도 현장을 찾았다. 강 구청장은 "열흘 남짓한 시간이지만 부캉이가 많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며 "떠난다고 생각하면 서운하지만 더 넓은 바다에서 잘 생활하고, 가능하다면 한 번씩 인사하러 찾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마스코트 '부기'도 환송에 동참했다. 부캉이와의 '라이벌 구도'를 묻자 부기는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바람 정도"라면서도 "조금 태풍 같은 바람이었다. 10여 일 만에 제가 5년 동안 일궈놓은 인기를 뛰어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호형호제, 상부상조하는 사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초 오전 10시 시작할 예정이던 이동 유도 작업은 만조 등의 영향으로 늦어져 오전 11시쯤 시작됐다. 부산해경과 부산소방 등은 선박 5대를 투입해 수면에 물을 쏘며 부캉이가 외해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했다.
작업이 시작되면서 비가 내렸지만 시민들은 우산을 쓴 채 자리를 지켰다. 선박들이 물을 쏠 때마다 "부캉이가 스트레스받는 것 아니냐", "저렇게 하면 나갈 수 있나"라는 걱정과 "부캉아, 얼른 바다로 나가야지"라는 응원이 뒤섞였다.
부캉이는 지난 18일 북항친수공원 수로에서 처음 발견됐다. 부산시설공단 집계 결과 19~28일 열흘간 공원을 찾은 방문객은 61만 6800명이다. 추석 연휴인 24~27일에는 나흘 연속 하루 10만 명 이상이 찾았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부캉이의 상태는 안정적이지만 수로에서는 먹이활동과 자유로운 이동에 제약이 있고 장기간 머물 경우 체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관계기관은 직접 포획하지 않고 선박과 워터펌프를 이용해 스스로 외해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외해 유도 작업은 낮 12시 20분쯤 일시 중단됐으며 오후 1시 30분 재개될 예정이다. 시민들이 우산 아래서 작별 인사를 건네는 동안에도 부캉이는 수로를 오갔다.
wise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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