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아오는 북극항로 '컨'선…정기노선 관건은 '경제성·기술력'

팬스타 아크로호 유럽 운항 마치고 부산 귀항길
운임 경쟁력·내빙선박·빙해 예측 기술 확보 과제

지난 22일 국내 최초 북극항로 컨테이너선 시범운항에 나서는 팬스타 아크로호가 22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재판매 및유 DB 금지)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유럽 일정을 마치고 부산 귀항길에 올랐다. 한국 해운업이 북극항로 개척의 첫발을 뗀 가운데 향후 정기노선으로 이어지려면 가격 경쟁력과 쇄빙·내빙 기술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4일 지역 해운항만업계 등에 따르면 팬스타 아크로호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19일 유럽의 마지막 기항지인 폴란드 그단스크항을 출항해 다음 달 중순 부산 귀항을 목표로 항해하고 있다.

첫 시범운항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관심은 북극항로가 일회성 운항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상업 노선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경제성이다. 북극항로는 기존 유럽항로와 비교해 운항 거리를 약 30~40% 줄이고 운송기간도 10~15일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리와 시간이 줄면 연료비와 선박 운용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상업 운항에서는 계산이 복잡해진다. 쇄빙선 확보와 내빙설계 적용에 추가 투자가 필요하고, 항로의 불확실성으로 보험료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기존 유럽항로와 달리 항해 도중 화물을 싣고 내릴 대형 기항지가 부족한 것도 약점이다. 대형 컨테이너선은 여러 항만을 거치며 화물을 추가로 확보해 수익성을 높이지만 북극항로에서는 이런 방식의 영업이 쉽지 않다.

운임 경쟁력도 변수다. 중국 주요 항만의 혼잡이나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기존 항로의 위험이 커지고 고운임 국면이 이어질 경우 북극항로가 대체 노선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항로의 운임이 내려가면 안정성과 비용을 따지는 화주들이 굳이 북극항로를 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해운·항만업계도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제14회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 참석차 부산을 찾은 세계적인 해사조사기관 드류리의 팀 파워 대표는 북극항로 개척이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는 "타당한 방안"이라면서도 컨테이너 해운시장에서 결국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옌스 마이어 국제항만협회(IAPH) 총재도 "현 단계에서는 수익성과 규모가 크지 않아 부산항이 별도의 인프라를 준비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세계 주요 항만 CEO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기자회견 모습 2026.9.15 ⓒ 뉴스1 홍윤 기자

이에 따라 기존 항로와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북극항로의 장점을 활용한 특화 화물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짧은 운송기간을 활용한 '급행 서비스'와 동남아 등 고온 지역을 거치지 않는 장점을 활용한 '콜드체인 서비스' 등이 거론된다. 시간에 민감하거나 일정한 온도 유지가 중요한 화물을 우선 확보해 초기 수요를 만드는 방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북극해 운항에 필요한 선박 기술과 산업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유빙이 상시 존재하는 북극해를 오가려면 강력한 쇄빙·내빙 성능을 갖춘 선박이 필요하다. 빙하 융해를 가속하는 그을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기술과 북극해 연안 주민·해양포유류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저소음 기술도 요구된다.

8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려면 '착빙'을 막는 기술도 중요하다. 낮은 기온과 강풍으로 선체와 갑판에 얼음이 달라붙으면 선박 무게가 늘고 복원성이 떨어져 안전과 운항 효율 모두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항해를 지원할 소프트웨어 기술도 필요하다. 겨울철에는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대형 해빙의 이동도 수시로 변하는 만큼 어둠 속에서도 해빙을 탐지하고 이동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항만 인프라도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당장 북극항로 운항 규모가 크지 않아 별도 시설 확충 필요성은 높지 않지만 향후 운항이 늘어나면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 시설과 선박 수리·정비, 관련 기자재 산업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

팬스타아크로호 출항에 앞서 북극항로 시범운항 화주를 모집하기 위해 지난 7월 제작된 안내포스터 (팬스타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정부와 관련 기관도 북극항로 산업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0억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친환경 쇄빙컨테이너선 표준선형 3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도 북극항로 선단 구축을 위한 쇄빙·내빙 컨테이너선 확보에 12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획을 내놨다.

부산항만공사는 탈탄소 전환과 연계해 2032년까지 LNG와 그린메탄, 전기 등 친환경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벙커링 시설과 육상전원공급장치 등을 갖출 방침이다.

정성엽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박사는 지난 7월 부산에서 열린 '제3회 친환경 북극항로포럼'에서 "중국이 지난해 북극항로를 경유해 영국까지 가는 컨테이너 시범운항에 성공하면서 여름철 정기 운항 가능성을 보여줬고 미국도 쇄빙선단 구축에 나서고 있다"며 "표준선형이 완성되면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기술영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스타 아크로호는 기본적인 내빙 성능을 갖춘 2700TEU급 컨테이너선이다. 이번 시범운항에는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부품 등 수출 화물 737TEU와 공 컨테이너 202TEU 등 총 939TEU를 실었다.

팬스타그룹과 해양수산부 등은 이번 운항을 통해 북극항로의 경제성과 정시성, 안전성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은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확보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항로 정기 서비스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red-yun8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