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걸려온 변작 '010 번호'에 50억 털렸다…보이스피싱 67명 검거

콜센터·중계기·대포통장 등 역할 분담…17명 구속
고수익 알바 미끼로 조직원 모집…해외 도피 공범 33명 적색수배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행에 사용한 위조 검사 신분증(왼쪽)과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 전화 번호인 '010'으로 표시되도록 하는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중국에 거점을 두고 검찰과 금융기관을 사칭해 국내 피해자들로부터 약 50억 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조직원 6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과 조직원 등 67명을 검거하고 이 중 17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2015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중국 등에 콜센터를 두고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해 국내 피해자들로부터 약 5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조직은 총책을 중심으로 콜센터 상담원과 조직원 모집책, 현금 수거책, 중계기 관리·공급책, 대포통장·유심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계기 관리·공급책은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가 국내 휴대 전화 번호인 '010'으로 표시되도록 하는 중계기를 국내에 설치·공급하고, 신고로 전화번호가 정지되면 유심을 바꿔가며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수익 아르바이트' 광고를 올리거나 지인들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중국으로 출국시켜 조직원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과 유심도 모집했다.

수법은 크게 검찰과 금융기관 사칭으로 나뉘었다. 검찰을 사칭한 조직은 피해자에게 "명의가 도용된 대포통장이 범죄에 사용됐다"고 속여 계좌에 있는 돈을 송금하거나 물품 보관함에 현금을 넣도록 했다.

금융기관을 사칭한 조직은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한 뒤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해 "기존 대출이 있는데 추가 대출을 받으면 약관 위반"이라며 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조직은 위조 공무원증과 가짜 인터넷 주소도 이용했다. 피해자가 해당 주소에 접속하면 자신의 이름과 사건 내용이 적힌 허위 공문이 나타나 실제 수사를 받는 것처럼 믿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2018년부터 관련 조직원 369명을 검거한 데 이어 압수한 휴대 전화 분석과 범죄수익금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중국 현지 사무실과 추가 조직원을 특정했다. 이후 국내 조직원과 강제 추방된 조직원 등을 추적해 이번에 총책 등 67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검거된 피의자 중 중국 거점 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조직은 7명 중 5명, 대출 빙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6명 중 5명이 구속됐다. 대포 유심·대포통장·중계기 유통 조직에서는 54명 중 7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아직 해외에 체류 중인 공범 33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신병 확보에 나서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로 출국해 범죄단체에 가담하거나 대포통장, 대포 유심 제공 등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피해를 입은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