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섭 얼굴'로 30년 장사…주방업체, 사진 도용 1억 배상 판결

배우 백일섭이 서울 용산구 서울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영화대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2.10 ⓒ 뉴스1 권현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배우 백일섭 씨의 사진을 허락 없이 주방용품에 부착해 수십 년간 판매한 업체에 1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5단독 문현정 부장판사는 백 씨가 주방용품 제조·판매업체 A 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문 부장판사는 A 사가 백 씨에게 재산상 손해 8000만 원과 위자료 2000만 원 등 총 1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 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냄비 등 자사 주방용품에 백 씨의 사진이 인쇄된 스티커를 붙여 판매했다. 회사 홈페이지와 인터넷 쇼핑몰에 게시된 제품 사진과 설명에도 백 씨의 사진이 노출됐다.

백 씨 측은 2019년 9월 A 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사용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A 사는 이후에도 지난 2월 폐업할 때까지 백 씨가 회사 모델인 것처럼 제품을 홍보하며 영업을 이어갔다. 폐업 이후에도 홈페이지와 인터넷 쇼핑몰에는 백 씨의 사진이 붙은 제품 사진이 게시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 씨는 자신의 동의 없이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행위가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성명권을 침해했다며 1억 5443만 원을 청구했다.

A 사는 1994년쯤 백 씨와 기간을 정하지 않은 광고모델 계약을 구두로 체결했고, 2010년쯤 모델료 1000만 원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부장판사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백 씨 측이 2019년 사진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점에 비춰 이후 사진 사용을 묵시적으로 허락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나 백 씨가 주장한 퍼블리시티권과 성명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재산권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제품에 부착된 스티커에 백 씨의 이름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백 씨의 동의 없이 사진을 제품 홍보에 사용한 것은 초상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문 부장판사는 "피고가 원고의 허락 없이 원고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원고는 초상의 대가 상당액을 얻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씨의 인지도와 사진이 사용된 기간, 업체의 추정 이익 등을 고려해 재산상 손해를 8000만 원으로 산정했다.

문 부장판사는 "연예인 등 공인의 경우 직업 특성상 초상이 대중 앞에 공개되는 것을 포괄적으로 허락해 인격적 이익의 보호 범위가 일반인보다 제한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자신의 초상이 상업적 광고나 선전 등에 이용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위자료 2000만 원도 인정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