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마다 보고해" 동거녀 가스라이팅 남친, 첫 재판서 학대치사 부인

부산고등·지방법원 깃발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고등·지방법원 깃발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동거하던 여자 친구를 상습적으로 폭행·협박하고 일상생활을 통제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첫 재판에서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16일 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30대·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A 씨는 여자 친구인 B 씨와 동거하면서 휴대 전화와 인간관계, 정신과 치료 등을 통제하고 수백 차례 폭행하고 협박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시키는 등 지속해서 학대해 B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B 씨를 세 차례 유사 강간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A 씨가 B 씨에게 하루 3~5차례 휴대 전화로 수신된 문자나 카카오톡 통화 내역 등을 캡처해 전송하도록 하고, 자신에 대한 복종 등을 다짐하는 34개 문구를 2시간 간격으로 암기해 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B 씨를 폭행하거나 협박하고 집에 설치된 홈캠으로 감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B 씨가 가족에게 폭행과 가스라이팅 피해를 알리며 도움을 요청하자 가족과의 연락도 통제했다. B 씨가 자해를 시도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을 원했지만 A 씨는 진료와 입원을 지속해서 막기도 했다.

A 씨는 2025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B 씨의 뺨과 뒤통수를 때리거나 얼굴을 발로 차는 등 105차례 폭행한 혐의도 받는다. 또 26차례 협박하고 151차례에 걸쳐 무릎을 꿇게 하는 등 학대를 저질렀다.

검찰은 A 씨가 B 씨에게 "죽어라, 너 왜 사는데" 등 죽음을 암시하는 말을 반복하고 지난 4월 B 씨가 헤어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지배·종속 관계를 이어갔다고 판단했다.

B 씨는 지난 4월 22일 집을 나간 뒤 한 모텔에서 약물을 다량 복용해 급성 약물중독으로 숨졌다. 검찰은 장기간 이어진 A 씨의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로 B 씨의 판단 능력과 자기결정 능력이 크게 저하돼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A 씨에게 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날 첫 공판에서 A 씨 측은 유사 강간과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나머지 공소사실은 인정했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대검찰청 형사부 우수 수사사례로 선정됐다. 부산지검은 1~2시간 분량의 홈캠 영상 844개를 분석하고 유족과 A 씨를 직접 조사해 학대 행위와 B 씨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다음 공판은 오는 11월 9일 부산지법에서 열린다. 재판부는 검찰 측이 신청한 B 씨 유족 1명과 A 씨 측이 신청한 두 사람의 지인 1명을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