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기록서 빠진 피해자 녹음파일…검찰 재수사로 '집단 학폭' 드러나

경찰이 단독범행 송치한 사건…검찰이 공범 2명 추가 기소

부산고등·지방검찰청 전경 2024.1.15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10여명의 일행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또래 여중생을 위협하고 폭행한 혐의로 중학생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당초 1명의 단독 범행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 수사에서 공범 2명이 추가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15일 특수상해 혐의로 A 양(15), B 양(15), C 양(15)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A 양 등은 지난 2월 25일 피해 학생 D 양(14)을 위협하고 폭행해 뇌진탕 등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 양이 자신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D 양을 불러낸 뒤 현장에 15명의 일행을 대동해 위협한 것으로 보고 있다.

B 양은 D 양에게 이른바 '야차룰'에 동의한다는 대답을 요구하고 112 신고를 막을 목적으로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야차룰은 규칙이나 보호장구 없이 서로 몸싸움을 한 뒤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은어다.

이 과정에서 C 양은 D 양을 일방적으로 폭행해 다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부산 사하경찰서는 C 양의 단독 범행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B 양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공범 입건 취지로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C 양이 A·B 양 등의 만류에도 독단적으로 폭행했다는 취지의 수사 결과를 회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직접 수사에 나선 검찰은 D 양이 사건 당시 몰래 녹음해 경찰에 제출한 음성파일이 수사 기록에서 누락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다시 제출받았다.

녹음파일에는 A 양이 현장에 있던 일행들이 자신의 친구라고 과시하며 D 양을 위협하고, B 양이 싸움에 동의하는 동영상을 찍으면 처벌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D 양의 추가 진술과 녹음파일 등을 토대로 A 양이 범행을 주도하고 B·C 양이 가담한 특수상해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D 양이 오히려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 처분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에 폭행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이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A 양 등의 허위 진술로 D 양도 쌍방폭행 가해자로 처분받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D 양이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 처분된 것과 관련해 이번 수사에서 확인된 내용을 토대로 폭행 전체 동영상의 열람·등사와 새로운 증거 발견에 따른 불복 절차 등을 안내했다. 이를 통해 D 양이 기존 학교폭력 처분에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앞으로도 학교폭력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가해자를 엄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