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회복탄력성 갖춘 항만이 글로벌 시장 주도"
옌스 마이어 IAPH 총재, 부산항국제항만컨퍼런스서 기조연설
"디지털전환·유연한 인프라 운용 등이 회복탄력성 주요 과제"
- 홍윤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해운·항만업계의 화두가 기존 '효율성'에서 '회복탄력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항만의 물동량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기존 '효율성' 담론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처하는 '회복탄력성'이 향후 글로벌 항만경쟁에서 중요한 패러다임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15일 부산에서 열린 '제14회 부산항국제항만컨퍼런스'의 기조연사로 나선 옌스 마이어 국제항만협회(IAPH) 총재는 "AI 전환, 탈탄소, 새로운 공급망 모델이 항만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옌스 마이어 총재는 "현재 항만산업에서 가장 충격을 가장 많이 주는 것은 변화의 속도가 아닌 공급망 혼란, 사이버 테러 위협 등에 따른 주변 환경의 예측 불가능성"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이라고 제시했다.
다만 그는 '회복탄력성'에 대해 "기존에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 정상상태로 회복하는 것으로 규정됐지만 현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해도 항만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등을 뜻한다"며 새로운 정의를 제시했다.
그는 또 항만이 회복탄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디지털전환 역량 강화 △유연한 인프라 운용 기반 구축 △선박 등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 △국제협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디지털전환 역량은 인프라 점검 등에 드론이나 로봇개 등을 투입 취약점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 등을 말한다. 여기에 더해 갈수록 빨라지는 사이버 테러 위협 등에 대응하는 능력, 항만 IT 관련 설루션을 제공하는 다양한 주체와 함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디지털 전환 역량에 속한다.
유연한 인프라 운용 기반은 선석 등 기존 인프라의 용량을 여유 있게 확보해 두는 것을 말한다. 최근 중국의 연이은 태풍 등으로 항만의 혼잡도가 커지는 가운데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여유 선석 등을 미리 준비해 각종 인프라를 여유롭게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철도와 같은 육상 물류망을 구축해 물류 압력을 분산하고 컨테이너를 안전하게 일시 보관할 수 있는 터미널을 늘리는 것도 포함된다.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공간효율을 높이는 것도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 등에 따른 탈탄소도 과제로 꼽힌다. 단순 기후위기로 인해 친환경 연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사태 등 공급망을 혼란케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연료공급원을 다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부산항만공사는 2032년까지 LNG, 그린메탄 등 친환경 연료 벙커링 시설이나 육상전원공급설비를 갖추기 위해 정부 협의 및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탄소저감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규제강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국가 혹은 항만 간 공조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옌스 마이어 총재는 "항해라는 것은 결국 선적하는 곳이 있으면 하역을 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라며 "항만들이 서로의 경험에서 배우고 협력을 강화해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와 같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각 항만이 서로의 백업역할을 할 수 있어 항만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옌스 마이어 총재는 "더 이상 항만의 경쟁력은 효율성만으로 갖춰지지 않는다"며 "다음 위기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으로 위기요소를 파악해 취약점을 줄이는 게 오늘날에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옌스 마이어 총재의 기조발표에 이어 '회복탄력성'을 주제로 한 글로벌 주요 해양 애널리스트들의 세션 발표도 진행됐다. 이들은 현재 중국 태풍과 같은 기후이변이나 중동사태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이 오며 운임이 오르고 있지만 선복량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곧이어 공급과잉 및 운임하락을 겪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발표자로 나선 앨런 머피 씨인텔리전스 대표는 "현재 신조선 발주잔량이 기존 선대의 43%에 달한다"며 "선박 해체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에즈 운하 운항까지 정상화되면 초과 선복이 최대 20%에 이르는 공급과잉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탄화주(Tan Hua Joo) 라이너리티카 대표는 "전쟁과 고유가에도 전기차·배터리·태양광 제품과 AI 데이터센터 관련 화물로 올해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이 6%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향후 대규모 신조선 인도가 본격화되면 이 같은 수요 증가만으로 선복공급을 흡수하기 어려워 해상운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컨퍼런스는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맞아 '계획을 넘어 실행으로, 변화의 시대를 이끄는 혁신'을 주제로 15~16일 열린다. 유럽 3대 컨테이너 항만과 미국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LA항을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세계 주요 항만 CEO가 참석했다.
앞서 컨퍼런스에 참석한 CEO들은 지난 14일 '부산항 선언 2026 : 글로벌 항만 혁신 협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혁신과 연대를 키워드로 △혁신을 통한 회복탄력성 강화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전환 △혁신 공유와 역량 강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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