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20년 복역' 50대, 가석방 10개월 만에 연인 살해 '징역 30년'
[사건의 재구성]연인과 말다툼 끝 범행
법원 "살인 동기 납득 어렵고 범행 은폐…엄벌 불가피"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2025년 9월 30일 아침 부산 북구의 한 주택.
A 씨(50대·남)는 함께 있던 연인 B 씨(60대·여)가 외출을 준비하자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B 씨가 만나러 가려던 사람은 과거 교제했던 남성이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이 문제로 자주 다퉜다. A 씨는 B 씨가 이전에 만나던 남성과 계속 연락하고 만나는 게 못마땅한 터였다.
B 씨가 이날도 뜻을 굽히지 않자, A 씨는 부엌에 있던 흉기를 들었다. B 씨를 침대로 밀쳐 눕힌 뒤 흉기로 목을 4차례 그었다. B 씨는 목 부위에서 발생한 다량 출혈로 현장에서 숨졌다.
A 씨와 B 씨는 같은 해 1월 경남 양산의 한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A 씨가 B 씨에게 일자리를 소개하고 돈을 빌려주면서 가까워졌고 이후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그해 6월부터 약 한 달간 함께 살았지만, B 씨의 도박과 채무, 과거 교제했던 남성과의 연락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 동거가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의 만남은 이어졌다.
A 씨는 범행 직후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은폐를 시도했다. B 씨의 행방을 묻는 지인에게 그가 밖에 나간 것처럼 거짓말하고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씻었다. 범행 당시 입었던 옷도 세탁했다.
이후 졸피뎀과 신경안정제를 다량으로 복용한 A 씨는 다음 날 의식이 저하된 상태로 발견됐다.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범행 당시 다량의 약물을 복용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태였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범행 직전과 직후 지인과 정상적으로 연락했고 수사 과정에서도 범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있었다고 봤다.
A 씨의 살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A 씨는 2004년 11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의류 노점상 업주 C 씨(40대)와 중고 승합차 가격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C 씨를 살해했다.
당시 A 씨는 C 씨가 자신의 요구를 거절하자 격분해 시멘트 벽돌로 뒤통수를 3차례 내리쳤다. 이어 친구와 함께 넥타이로 C 씨의 목을 조르고 발목을 묶었다. C 씨는 뇌출혈과 질식으로 숨졌다.
A 씨 등은 범행 뒤 C 씨의 현금과 신용카드 등을 챙긴 뒤 범행 흔적을 지우려 한 혐의점이 발견됐다.
법원은 이듬해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이 유지됐다.
A 씨는 장기간 복역한 뒤 2022년 5월 가석방됐다. 2024년 11월에는 가석방 기간도 끝났다.
그러나 불과 10개월 만에 또 사람을 살해했다. 20여 년의 시차를 둔 두 살인 모두 갈등 상황에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도 A 씨는 '중간-높음' 수준으로 평가됐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장기간 복역한 후 불과 10개월 만에 피해자의 목을 4회 그어 살해했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며 항소했고 A 씨도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부산고법은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일반인의 관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다시 살인을 저질렀고 범행 직후 이를 은폐하려 한 점 등을 지적했다.
다만 범행을 사전에 계획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범행을 대체로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징역 30년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지난달 13일 기각됐다. 살인죄로 20년 가까이 복역하고 사회로 돌아온 A 씨는 가석방 기간이 끝난 지 10개월 만에 다시 살인을 저질러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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