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만공사 수장 "공급망 불안…통합 보다는 분리경영이 효율성 극대화"

주요 글로벌 항만 CEO, 부산서 기자회견
"항만기능 분산돼야 불확실성 속 회복탄력성 강화"

옌스 마이어 IAPH 총재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답변하는 모습 2026.9.15 ⓒ 뉴스1 홍윤 기자

(부산=뉴스1) 홍윤 기자 = 정부가 국내 4대 항만공사(부산, 울산, 인천, 여수광양)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세계 주요 항만의 연합체인 '국제항만협회(IAPH)'의 수장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정부는 지난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항만공사 통합안을 포함시켰다.

15일 옌스 마이어 IAPH 총재는 '제14회 부산항만컨퍼런스' 개최에 맞춰 진행된 기자회견 중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옌스 마이어 총재는 CEO로 있는 함부르크항만공사가 부산항만공사 및 울산항만공사와 동시에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울산은 에너지, 부산은 컨테이너를 주력으로 하고 있어 기능이 다르다"고 운을 띄웠다.

뒤이어 그는 "정부가 통합의 논리로 내세우는 과당 경쟁 우려와 달리 분리운영이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며 "최근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성과 혼란이 커지는 상황에 대비해 회복탄력성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항만은 한 국가의 물류 중추"라며 "혼란상황 발생을 대비하고 불확실성 속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주력 항만 외에 여러 항만으로 물류압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독일도 '국가 항만 전략'이라는 국가 차원의 항만전략을 세우지만 각 항만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토대로 긴밀한 협력하에서 수립된다"며 정부 항만당국과 개별 항만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송상근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이러한 통합논의에 대해 "부산항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장으로서 정책이 정해지면 후속조치가 잘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면서도 "법률 개정이 필요한 만큼 학계, 시민단체, 정치권 등이 제기하는 항만별 특성이나 지역산업과의 연계도, 역사성 등의 문제가 향후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15일 세계 주요 항만 CEO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기자회견 모습 2026.9.15 ⓒ 뉴스1 홍윤 기자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옌스 마이어 회장 외에도 진 세로카 미국 LA항만청 청장, 팀 파워 드류리(해사조사기관)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북극항로나 탈탄소 및 디지털 전환 등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진 세로카 청장은 항만의 AI 전환과 관련해 2022~2023년 항만자동화를 두고 13개월가량 이어진 '미국 서부 항만 노사협상'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일자리보장 등이 협상 안건으로 떠오르며 협상이 장기화됐지만 현재 관할구역인 LA항과 롱비치항의 자동화 달성률은 25%에 달하고 부두 노동자의 일자리 또한 캘리포니아 남부지역에서 1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 세로카 청장은 "자동화와 관련한 논의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면에서 감정이 섞이는 부분이나 경제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야겠지만 기술 발전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진다 해도 항만 노동자를 함께 안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팀 파워 대표는 최근 부산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북극항로 개척추진과 관련해 "타당한 방안"이라면서도 컨테이너 해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북극항로의 경우 특정 계절에 운항 시기가 한정돼 있고 예인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여기에 기존 항로와 같이 중간에 들를 수 있는 기항지가 마땅치 않아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 아울러 현재 기존 항로의 운임이 하락하는 경우 가격경쟁력을 더욱 갖추기 힘들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부산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HMM의 물류전략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최근 MSC에 1위 선사 자리를 내준 머스크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해운과 물류를 통합하는 방안과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하락세의 원인으로 짚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런 전략을 추진하게 된다면 그 자리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며 "HMM도 허브앤스포크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부산항 개항 150주년을 맞아 '계획을 넘어 실행으로, 변화의 시대를 이끄는 혁신'을 주제로 15~16일 열린다. 유럽 3대 컨테이너 항만과 미국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LA항을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세계 주요 항만 CEO가 참석했다.

앞서 컨퍼런스에 참석한 CEO들은 지난 14일 '부산항 선언 2026 : 글로벌 항만 혁신 협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혁신과 연대를 키워드로 △혁신을 통한 회복탄력성 강화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전환 △혁신 공유와 역량 강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red-yun8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