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투척 자작극' 정이한 첫 재판…"父와 관계 개선하려 범행"
자작극 인정하면서도 선거 목적 부인하며 무죄 주장
부친인 정근 온병원그룹 원장 증인 채택 여부 주목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6·3 지방선거 당시 이른바 '음료 투척 자작극'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첫 재판에서 자작극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선거에서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이려는 목적은 아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임성철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교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후보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공범인 헬스트레이너 A 씨(30대·남)는 공직선거법 위반, 상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정 전 후보는 넥타이를 매지 않은 정장 차림, A 씨는 주황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섰다.
정 전 후보는 지난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A 씨에게 선거운동 중 자신을 향해 음료 등을 던지도록 해 실제 습격을 당한 것처럼 꾸민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같은 달 27일 부산 금정구의 한 유세 현장에서 정 전 후보에게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는 취지로 말하며 녹차 라테와 플라스틱 컵, 삶은 계란 등을 던진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정 전 후보는 뒤로 물러나다 넘어져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두 사람은 범행 이후 경찰 조사에서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허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후보는 이후 언론과 방송 등을 통해 7차례에 걸쳐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우발적인 습격을 당한 것처럼 알린 혐의도 받는다.
조사 결과 정 전 후보의 배우자도 사건 당일 112 신고 이후 자작극 사실을 알게 됐지만 이를 숨긴 채 정 전 후보와 각각 작성한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했다. 당시 선거캠프 촬영팀이 경찰서에 들어가는 모습을 촬영해 언론에 배포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날 정 전 후보 측은 자작극을 벌인 사실 등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범행 목적과 고의 등 공소사실의 법률적 구성요건은 부인했다.
정 전 후보 측 변호인은 "자작극을 벌인 사실은 다 인정하고 100배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 부친과의 갈등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부산시장 주요 후보들의 지지율은 40%를 넘었지만 정 후보의 지지율은 2~3%에 불과했고 최종 득표율도 2%에 미치지 못했다"며 "2%의 후보가 당선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보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정 전 후보가 직접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업무를 방해한다는 인식도 없었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도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범행 동기를 직접 확인했다. 재판부가 이 같은 주장이 수사 기록에서도 확인되는지를 묻자 정 전 후보 측은 "당시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서로 말을 주고받은 내용이 수사 기록에 있다"고 답했다.
A 씨는 자작극에 가담한 사실과 공직선거법상 선거 자유 방해 혐의는 인정했다. 다만 정 전 후보에게 상해를 입힐 고의가 없었다며 상해 혐의를 다퉜고, 경찰에서 허위 진술한 것만으로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폈다.
특히 A 씨 측은 일부 신문조서와 정 전 후보가 유치장에서 A 씨를 접견할 당시 두 사람의 대화를 담은 녹취록 등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에 대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정 전 후보 측도 범행 동기 등을 밝히기 위해 일부 관련자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전 후보가 범행 동기로 언급한 부친은 정근 온병원그룹 원장이다. 경찰은 지난 7월 온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정 전 후보 선거운동 동원 의혹과 관련해 정 원장이 운영하는 계열사 병원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정 전 후보 측이 범행 동기와 관련한 증인신문을 예고하면서 향후 정 원장이 증인으로 신청되거나 채택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 사건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양측의 증거 의견을 정리하고 증인신문 대상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wise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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