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억 부정수급' 사무장병원 첫 재판…의사 등 15명 혐의 부인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의사 명의를 빌려 이른바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76억 원이 넘는 요양 급여비 등을 받아낸 혐의로 기소된 병원 관계자 15명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3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40대·여) 등 15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A 씨는 비의료인임에도 병원 운영비를 부담한 관계자와 변호사, 행정이사 등과 역할을 나눠 의사 명의로 사무장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 등은 2021년 의사 B 씨 명의로 병원을 개설한 뒤 같은 해 말까지 운영했다. 이후 B 씨가 병원을 그만두자 다른 의사 C 씨 명의로 대표자를 변경해 2024년까지 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씨가 병원 운영을 총괄하고 다른 피고인들이 운영비 부담과 법률 자문, 직원 채용 등 병원 실무를 각각 맡은 것으로 보고 있다. B·C 씨는 병원 개설에 필요한 명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해당 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 급여비와 의료급여비 등을 청구해 모두 76억 5000만 원 상당을 받아낸 혐의도 받는다.

해당 병원은 운영 기간 평일 야간과 주말·공휴일에도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병원에서 근무한 의사 6명은 사무장병원에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원무과장과 원무 대리로 근무한 피고인들은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요양 급여비 청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A 씨 등이 약사 D 씨와 처방전 건수에 따라 지원금을 받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한 뒤 처방전 알선 대가로 1억 원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A 씨 등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A 씨 측은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병원을 유치해 건물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으려 했을 뿐"이라며 병원을 개설·운영하거나 수익을 취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법률 자문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 변호사 측도 사무장병원 운영에 관여하거나 관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운영비를 부담한 것으로 지목된 피고인 역시 자금을 빌려줬을 뿐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행정이사로 근무한 피고인 측은 명의를 제공한 의사들이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병원에서 근무한 의사 6명은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 의료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피고인은 검찰이 특정한 근무 기간과 실제 근무 기간도 다르다고 했다.

약사 D 씨 측도 병원 측에 지급한 1억 원이 처방전 알선 대가가 아니라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이 사건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26일 부산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