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뭄은 인재…물관리만 잘해줬어도" 밀양 농민 울분 왜?(종합)

"농어촌공사가 저수지 물 50% 때 채워줬으면 이 고생 안 해"
경남 전역 농업용수 가뭄 단계…벼·단감 등 농작물 2762㏊ 피해

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14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 한 저수지에서 농민이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다.2026.8.14/뉴스1 강정태 기자

(밀양·남해=뉴스1) 강정태 한송학 기자

이번 가뭄은 저수지 물관리만 잘해줬어도 없었을 겁니다. 가뭄 대비해서 저수지 만들어놓고 물 채울 수 있을 때 물을 채웠어야 하는데 우리 말 듣지도 않고…물관리만 잘해줬어도 이 정도로 논밭이 마르지는 않았을 텐데.

14일 경남에서도 가뭄 상황이 가장 심각한 밀양시 무안면 한 마을에서 마른 논밭을 바라보고 있던 A 씨(60대)는 한국농어촌공사를 향해 참았던 울분을 쏟아냈다.

이 마을 저수지 관리를 맡고 있다는 A 씨는 "우리 마을 저수지는 하천에서 물을 끌어올 수 있는 양수시설이 있다"며 "지난 6월 모심기 끝나고 저수지에 물이 50%쯤 남았을 때 농어촌공사에 물을 채워야 한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들어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결국 가뭄이 들어서 7월 말쯤에 저수지 양수시설을 가동하려는 데 이미 그때는 하천도 말라 퍼 올릴 물이 없었다"며 "홍수 대비한다고 물 빼라 해서 빼주면은 채울 때는 채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안 채워줘서 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함께 있던 50대 농민 김모 씨도 "농어촌공사에서 마을 저수지에 비용 들여서 좋은 양수시설 만들어놓고는 수년간 가동하지 않았으니, 관리가 소홀한 것 아닌가"라며 "미리 좀 대비를 했으면 농민들이 이렇게 고생은 안 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인근 저수지에서 A 씨와 함께 만난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A 씨 주장에 "저수율 50%대에 물을 올리면 좋긴 한데 양수장 펌프 이동, 비 예보 등 여러 사정으로 좀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A 씨 차량으로 마을을 돌아다녀 보니 대부분의 논바닥이 바짝 말라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일부 벼가 심겨 있던 논은 벼 80%가 말라 까맣게 탄 모습이었다.

A 씨는 "저렇게 타버린 벼는 이제 물을 줘도 살아날 수 없다"며 "지금은 벼 이삭이 만들어지는 시기로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데 올해 이 동네 농사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는 14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에 있는 일부 논에 심겨져 있는 벼들이 말라 까맣게 탄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6.8.14/뉴스1 강정태 기자

밀양뿐만 아니라 경남의 다른 지역에서도 가뭄에 농작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남해군의 대표 관광지인 가천마을 '다랭이논'도 오랜 가뭄과 폭염 탓에 논바닥이 말라 갈라져 있었고, 이미 가뭄 피해를 입어 누렇게 변한 벼들도 곳곳에 보였다.

다랭이논에 물을 공급하는 마을 상류 소류지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물 조절을 위해 소류지 급수 밸브는 잠그고, 얇은 호스를 설치해 논으로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특히 다랭이논은 흙과 모래가 섞인 토양 특성상 논에 물이 한번 빠져나가 버리면 담수가 힘들어, 가뭄이 장기화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주 마을 이장(60)은 "논이 사토 성분으로 물이 한번 빠지면 물을 가두기가 힘들어진다"며 "소류지도 물이 거의 말라가고 있다. 비가 안 오면 앞으로 3일, 길어야 5일 정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생 이 마을에서 살면서 논이 마를 정도의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비가 안 오면 지역 관광 산업에도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14일 남해군 가천마을 다랭이논의 일부 벼들이 가뭄 피해를 입어 누렇게 변해 있다. 2026.8.14/뉴스1 한송학기자

경남지역은 지속된 폭염과 강우량 부족에 농업용수 가뭄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날 기준 최근 6개월간 경남에 내린 비의 누적 강수량은 560.5㎜로 평년(1007.9㎜)의 55.6%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강수량은 평년의 5분의 1 수준인 23%에 그쳤다.

극심한 가뭄으로 현재 경남 18개 시군 전체가 농업용수 가뭄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밀양·거제·함안·창녕·의령 등 5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심각' 단계다. 창원·진주·김해·양산·하동·산청·고성·통영·합천 등 9곳은 '경계', 사천·남해·거창 등 3곳은 '주의', 함양은 '관심' 단계다.

이날 기준 도내 농업용수 저수율은 32.2%로 평년(70.6%) 대비 45.6%로 떨어졌다.

올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발생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벼와 단감을 중심으로 276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15일 오후부터 16일까지 경남에 50~100㎜의 비가 온다고 예보했다. 경남도는 가뭄 해소에 200㎜ 안팎의 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jz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