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농사에 이런 가뭄 처음"…경남 갈라진 논바닥 애타는 농심

농업가뭄 '경계' 8개 시군 확대…밀양댐도 가뭄 '경계' 격상
도내 저수지 평균 저수율 39.5%, 평년보다 31.9%p 낮아

경남 밀양에 농업용수 가뭄 단계가 '경계' 수준을 보이고 폭염중대경보가 발효 중인 3일 밀양시 무안면 다례마을 인근에서 농민 육태근 씨가 가뭄으로 메마른 논의 벼를 살펴보고 있다. 2026.8.3 ⓒ 뉴스1 윤일지 기자

(밀양=뉴스1) 박민석 기자 = "35년을 농사지었는데 이런 가뭄은 처음입니다."

3일 찾은 경남 밀양시 무안면 가례리 가례저수지. 육태근 다례마을 이장(62)은 크게 낮아진 저수지를 바라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물이 차 있어야 할 저수지 곳곳에는 거북등처럼 갈라진 흙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저수지 바닥에 설치된 취수 배관은 크게 낮아진 수면에서 물과 공기를 함께 빨아들이며 연신 소음을 냈다.

가례저수지의 이날 저수율은 3.5%로 평년(74.4%)보다 70.9%포인트(p) 낮았다.

육 씨는 "35년 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 같은 가뭄은 처음"이라며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올해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육 씨의 논도 상황은 심각했다.

저수지 수위가 크게 낮아지면서 가례저수지는 현재 인근 농경지에 10일에 한 번씩 물을 공급하는 제한 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제때 물을 대지 못한 논바닥은 곳곳이 갈라져 있었고, 한창 짙은 초록빛을 띠어야 할 벼는 누렇게 말라가고 있었다.

8월은 벼가 이삭을 내는 출수기가 시작되는 시기로 가장 많은 물이 필요한 때다. 하지만 올해는 극심한 가뭄으로 농업용수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육 씨는 "출수기에 물을 대지 못하면 벼는 성장을 멈추고 결국 말라 죽는다"며 "물을 제대로 먹지 못한 벼는 이삭이 나와도 쭉정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밀양시는 1만5000리터(L)의 물을 실은 살수차를 보내 육 씨의 논에 물을 공급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육 씨는 "출수기에 필요한 만큼 논에 물을 채우려면 보통 12시간 정도 물을 대야 한다"며 "살수차 지원은 급한 불을 끄는 응급조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논농사뿐 아니라 인근 시설하우스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들도 물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비가 오지 않으면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인근 서가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박기종 서가마을 이장(60)은 "30여 년 동안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가뭄은 처음 본다"며 "예년에는 이틀에 한 번씩 물을 댔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물을 대기도 어려워 대부분 논이 말라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남 밀양에 농업용수 가뭄 단계가 '경계' 수준을 보이고 폭염중대경보가 발효 중인 3일 밀양시 무안면 가례저수지 바닥이 메마른 채 갈라져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가례저수지의 저수율은 3.5%에 불과했다. 2026.8.3 ⓒ 뉴스1 윤일지 기자

올해 이례적인 가뭄은 장마철에도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에서 비롯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두 달간 경남지역 강수량은 151㎜로 평년 같은 기간 강수량(507㎜)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농업가뭄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농업가뭄 '경계' 단계는 기존 밀양·양산·의령·산청에 더해 창원·거제·창녕·하동까지 확대돼 모두 8개 시군으로 늘었다. 현재 진주·통영·김해·함안·고성·합천 등 6개 시군에는 '주의', 사천·남해 2개 시군에는 '관심' 단계가 내려져 있다.

가뭄 여파로 저수지와 댐의 저수율도 크게 낮아졌다.

이날 경남지역 저수지 589곳의 평균 저수율은 39.5%로 평년(71.4%)보다 31.9%p 낮았다. 특히 밀양지역 저수지 40곳의 평균 저수율은 30.0%에 그쳐 평년(74.4%)보다 44.4%p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도내에서는 저수지 여건에 따라 제한 급수가 시행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저수지별 여건과 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제한 급수를 시행하고 있다"며 "가뭄 장기화에 대비해 농업용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과 창녕·영산 일대에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밀양댐도 전날 가뭄 '경계' 단계로 격상됐다.

정부는 가뭄 대응을 위해 밀양댐의 농업용수 공급량을 일 8만8000톤에서 3만 3000톤으로 줄이고, 4일부터는 일 2만2000톤으로 줄이는 등 단계적 감량에 나선다. 상황이 악화하면 공급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pms71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