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대포계좌로 3200억 양방도박 일당 172명 검거…6명 구속

경찰, 53억 원 불법도박사이트 수사 중 대포계좌 유통망 포착
최대 3억2천만원 베팅…청각장애인 "돈 받고 계좌 넘겨" 진술

청각장애인 명의 계좌를 불법 도박에 이용해 3200억 원대 양방도박한 조직원 사무실. (부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청각장애인 명의 대포계좌를 이용해 3200억 원대 양방도박을 벌인 조직 일당이 대거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도박공간개설과 도박,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해외 서버를 이용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진과 양방도박 조직, 계좌 유통 가담자 등 172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도박사이트 운영진은 지난해 1~5월 부산 남구 한 오피스텔 등을 거점으로 해외 서버를 이용한 53억 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을 수사해 운영진 3명과 도박 행위자 52명 등 55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핵심 운영자 2명과 최대 3억 2000만 원을 베팅한 고액·상습 도박자 3명을 구속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도박 자금 입출금 내역을 분석하던 중 거래 규모가 큰 계좌 상당수가 청각장애인 명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청각장애인들은 직접 도박을 한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계좌를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애인 명의 계좌가 조직적으로 도박 조직에 공급된 정황을 확인하고 계좌 모집·유통 경로를 추적했다.

조사 결과 청각장애인 통역사 A 씨는 홀덤펍에서 알게 된 양방도박 조직 관리자의 제안을 받고 청각장애인들에게 "거래 실적을 쌓아 신용도를 높여 주겠다"고 속여 계좌를 모집한 뒤 조직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양방도박은 동일한 게임을 제공하는 여러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서로 반대되는 결과에 동시에 돈을 걸어 손실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다.

경찰은 A 씨를 구속하고 계좌를 제공한 청각장애인 87명을 포함한 계좌 유통 가담자 92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이어 이들 명의의 대포계좌를 이용해 3200억 원대 양방도박을 벌인 조직 관리자 B 씨와 C 씨 등 조직원 25명도 모두 붙잡았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청각장애인들의 신뢰를 이용해 범죄에 끌어들인 악질적인 사건"이라며 "취약계층을 노리는 지하경제 유통망을 끝까지 추적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