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처벌만으론 한계, 예방·교화 병행해야"

'집단 성범죄 사건' 부산고법 "소년, 형 높이는 데 한계"
촉법소년 비율 5년 새 2.2배 증가·재범률 성인의 3배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정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처벌 강화와 교정·교화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의가 커지고 있다. 부산 교육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은 연령 하향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예방·교정 시스템 보완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성평등가족부와 법무부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조건부로 낮추는 정부 권고안을 조율 중이다. 살인·성범죄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부산에서도 소년 강력범죄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고법 형사2부(박운삼 재판장)는 지난 24일 또래 학생을 상대로 한 집단 성범죄 사건 항소심에서 주범인 소년범 2명의 형량을 원심보다 높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이후 전학과 자퇴를 거쳐 현재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며 "'참교육'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전학을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소년이라는 점이 형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 가운데 촉법소년 비율은 2020년 5.2%에서 2024년 10.6%로 5년 새 2.2배 증가했다. 소년원생 중 촉법소년 비율도 같은 기간 3.1%에서 6.1%로 2.9배 늘었다.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성인의 약 3배인 12~13% 수준으로 집계됐다.

부산 교육계도 처벌 강화만으로는 소년범죄를 줄이기 어렵다며 예방 중심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산교사노조는 논평을 내고 "국민들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이유는 국가의 기능 부재와 교육 당국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예방과 교정·교화에 대한 대규모 투자 △학교 안 위기학생 조기 발견 △보호관찰 강화 △소년원과 소년분류심사원의 치료·교육 기능 확대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근본적인 해법은 교정 시스템 강화에 있다고 봤다.

전성규 한국심리과학센터 이사는 미디어 발달 등으로 청소년 범죄 양상이 달라진 만큼 촉법소년 연령 일부 하향은 현실을 반영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소년범죄는 미성숙한 심리와 사회적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맞춤형 교육과 재범 예방 프로그램, 보호관찰 제도 등 교정 시스템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교폭력 사건을 주로 맡아온 김대원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중대범죄에 한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변화한 사회 환경을 반영한 제도 개선으로 일정 부분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소년사법은 재사회화를 우선하는 제도인 만큼 기본 취지는 유지돼야 한다며 "처벌 강화와 예방·교정은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상담,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부모와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장기적으로 재범 방지와 국민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