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재난 장마] 산사태·산불 복구도 안끝났는데…경남 '긴장'

복구사업장 2602곳 중 86.6% 완료…산청·합천·함양 2차 피해 우려

편집자주 ...본격적인 장마를 앞두고 전국의 재난 취약지가 다시 시험대에 오릅니다. 기후 변화로 짧은 시간 강한 비가 쏟아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반지하와 지하차도, 제방, 산불 피해지, 농경지와 섬 지역의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뉴스1은 권역별 장마 대비 실태와 남은 위험을 점검합니다. 예고된 재난이 반복된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장의 준비가 충분한지 4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이 지난해 7월 19일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에 토사가 쌓여 있다. 2025.7.20 ⓒ 뉴스1 김도우 기자

(경남=뉴스1) 한송학 기자 = 지난해 극한호우와 산사태로 큰 인명피해를 겪은 경남이 다시 장마철을 앞두고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산청과 합천 등 지난해 수해를 입은 지역은 일부 복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산청과 함양은 대형 산불 피해까지 겹쳐 집중호우 때 산사태와 추가 유실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경남도와 각 시군은 올해 장마철 대응의 초점을 "피해 복구"보다 "인명피해 차단"에 맞추고 있다. 읍면동장 중심의 주민대피 명령 체계를 가동하고, 고령자와 장애인 등 안전 취약계층을 위한 주민대피지원단도 운영한다.

경남 전체로 보면 지난해 호우 피해 복구도 아직 완전히 끝난 상태는 아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호우 피해를 입은 재해복구사업장 2602곳 중 2254곳, 86.6%가 복구를 마쳤다. 나머지 현장은 우기 전 주요 공정을 마무리하거나 응급조치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청군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1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당시 산청 곳곳에서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잇따랐고, 도로와 하천, 주택, 농경지 등 생활 기반시설도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지난해 3월 발생한 산청·하동 대형 산불 피해까지 겹치면서 산불 피해지 주변 사면의 추가 유실과 산사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불로 지표 식생이 약해진 산지는 짧은 시간 많은 비가 내릴 경우 토사 유출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산청군은 올해 장마철 대응의 핵심을 산사태취약지역과 침수우려지역 등 인명피해 우려 지역 사전 예찰에 두고 있다. 정기 점검과 현장 순찰을 강화하고, 산불 및 집중호우 재해복구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산청군의 산불 피해 복구율은 53%, 산사태 피해 복구율은 82.9% 수준이다. 군은 다음 달 중 대부분의 복구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일원의 산사태 현장. 2025.7.22 ⓒ 뉴스1 윤일지 기자

산사태로 마을 전체가 내려앉아 이주가 추진 중인 생비량면 상능마을은 장마철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지역 중 하나다. 상능마을 지구단위 종합복구사업은 이달 중 착공할 계획이며, 이주단지 부지 조성은 올해 12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택 신축과 주민 이주는 내년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경남도와 산청군은 상능마을 주민들을 위해 국비와 도비 등을 투입해 기존 마을에서 남쪽으로 약 1㎞ 떨어진 곳에 1만1600여㎡ 규모의 새 이주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단순한 주거 이전이 아니라 재해 위험을 줄이는 안전마을 조성 성격도 갖고 있다.

합천군도 지난해 7월 집중호우 피해 복구와 올해 장마 대비를 병행하고 있다. 합천에서는 지난해 집중호우로 862개 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이 중 684개소는 복구가 완료됐다. 군은 1개소를 제외한 나머지 시설은 다음 달 중 복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천군은 인명피해 우려 지역 73개소에 대한 예찰과 점검을 마쳤다. 도시형 배수장 33개소와 빗물받이, 예·경보 시설, 급경사지 등도 우기 전 점검 대상에 포함했다.

집중호우에 따른 산사태에 대비해 주민 대피 계획도 마련했다.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피 모의훈련을 실시했고, 이재민 발생에 대비해 주민 대피시설 31개소를 지정했다. 주민대피지원단 1034명을 편성해 우선 대피 대상자와의 매칭도 마쳤다.

함양군은 지난해 집중호우로 산사태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올해 2월 대형 산불까지 겪었다. 산불은 44시간 만에 주불이 잡혔지만 산불 영향구역만 234㏊에 달했다. 산불 피해지와 산사태 피해지가 겹치는 만큼 올해 장마철에는 작은 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함양군은 지난해 산사태로 도로 등 41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산사태 피해 복구는 6개소를 제외하고 모두 마쳤으며, 나머지 복구 현장은 7~8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군은 산사태취약지역 290개소에 대한 점검을 마쳤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피소 120개소를 지정했다. 산사태 종합대책과 매뉴얼을 보완하고, 인명피해 우려지역 점검, 읍면 주민 대피훈련, 벌채지 점검, 산사태취약지역 주민 대피계획 수립 등도 진행하고 있다.

경남 함양군 유림면 어울림체육관에 함양 산불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돼 있다. 2026.2.23 ⓒ 뉴스1 윤일지 기자

경남도는 올해 장마 대응에서 주민 대피 체계를 가장 앞에 세우고 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경남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조례'를 개정하고 대피 관리체계를 정비했다.

올해부터는 읍면동장이 현장에서 주민대피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경남도는 시군 재난부서와 읍면동장을 대상으로 주민 대피 교육을 실시했고, 전 시군과 읍면동에서는 주민 참여형 대피훈련도 진행했다.

도는 산사태, 하천 재해, 지하공간 침수 등 인명피해 우려 지역 1730개소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대피소는 지난해보다 16.1% 늘어난 1640개소를 확보했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안전 취약계층 대피를 돕기 위한 주민대피지원단도 1만783명 규모로 운영한다. 기상특보나 대피명령이 내려졌을 때 현장에서 실제로 주민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사전 매칭과 연락체계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도심 침수 대응도 장마철 주요 과제다. 경남도는 도심 저지대와 상습 침수지역, 전통시장, 지하차도 주변, 배수 취약구간을 중심으로 빗물받이 점검과 퇴적물 제거, 쓰레기 수거를 추진했다. 지난 12일 기준 도내 빗물받이 점검·청소율은 133.8%로 전국 평균 124.5%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산림 당국도 장마철을 산사태 발생 우려가 급증하는 가장 위험한 시기로 보고 있다. 산사태취약지역과 산불 피해지, 복구 공사 중인 사면에서는 짧은 시간에 강한 비가 내릴 경우 추가 유실이나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경남도는 기상특보가 발효되면 즉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대응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재난문자와 방송매체 등을 활용해 기상정보와 대피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위험징후가 확인되면 선제 대피를 우선한다는 계획이다.

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