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모' 마구잡이 폭행 60대…2심서 감형, 왜? [사건의 재구성]
모친, 경찰 조사 때 흉기 2차례 찔렸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서 번복
1심 '흉기 사용 인정' 징역 2년…2심 '증거불충분' 징역 1년 6개월↓
- 강정태 기자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지난해 2월 6일 새벽 경남 김해시 한 아파트 경비실에 두피가 찢어지고 몸에는 다발성 골절상을 입은 90대 노모가 찾아와 119 신고를 요청했다.
이 노모는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게 "아들에게 맞았다"고 말했다. 당시 노모를 폭행한 60대 아들은 술에 취해 자고 있었다. 노모는 아들이 잠든 틈을 타 경비실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은 전날 오후 8시쯤 아들 A 씨가 만취해 모친 B 씨의 집을 찾아와 말다툼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A 씨는 이날 소주 8~10병을 마신 뒤 B 씨의 집을 찾아 "관리비 낼 돈이 없어서 왔다. 갈 곳이 없으니깐 어떻게 할 거냐"며 B 씨에게 같이 살자고 압박했다.
B 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술에 의존해 살던 A 씨를 감당할 수 없어 "같이 살지 못한다"며 거부했다.
이 말을 듣고 격분한 A 씨는 주먹과 발로 B 씨의 가슴과 손, 발 등을 마구잡이 폭행했다. A 씨의 폭행으로 B 씨는 다발골절 등 전치 6주 상해를 입었다.
결국 A 씨는 특수존속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동종 범죄로 실형을 포함해 다수의 처벌 전력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의 이번 재판에서는 폭행 당시 흉기 사용 여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모친 B 씨가 사건 직후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머리 부위를 2차례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한 점, B 씨가 두피에 길이 5㎝의 열상을 입고 봉합수술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A 씨의 공소사실에 폭행 과정에서 흉기로 머리도 찔렀다는 혐의를 넣어 기소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주먹과 발로 폭행한 점은 인정하지만, 흉기로 찌른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B 씨도 경찰에서 진술했던 것과 달리 증인으로 출석한 법정에서는 '무엇으로 때렸는지 모르겠다' '화장대에 부딪혔을 수도 있다'며 A 씨의 흉기 사용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B 씨 두피 상처가 단순 충격보다 날카로운 물체에 의해 길게 베이는 외력이 작용했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는 점, B 씨가 아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감싸려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하면 흉기 사용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 씨 범행은 90대 노모의 온몸을 때리고 흉기로 찔러 상해를 가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패륜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흉기 사용 여부에 대해 1심과 다르게 판단했다. 창원지법 형사3-2부(부장판사 권미연)는 지난 21일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A 씨의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했다.
항소심은 "범행에 사용됐다는 흉기가 확인되지 않은 점, 의료자문에서 체중을 받아 고정체에 넘어지면 두피에 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온 점, 검찰 수사단계에서 B 씨가 A 씨의 흉기 사용을 부인해 증거로 삼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흉기를 사용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상해 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B 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알코올 의존 문제로 오랜 기간 치료받아 온 점, 수차례 동종전과를 보면 폭력 성향이 사회적 처우를 통해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z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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