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불륜" 의심에 복수 결심…설날 20명 모인 처가서 엽총 난사 [사건의재구성]

아내 불륜 의심·처가 향한 증오심에 엽총으로 난사
"심신미약" 주장…"미약 아냐" 법원, 무기징역 선고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2003년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집. 설날을 맞아 이 모 씨(40대, 여)의 가족 20여 명이 모였다. 오전 8시 40분쯤 처가에 도착한 이 씨의 남편 A 씨(50대)는 마당에 있던 큰 처남에게 "사냥을 위해서 엽총을 준비해 왔다"며 말을 걸었다.

대화 소리를 듣고 마당으로 나선 이 씨. 자신의 아내를 본 A 씨는 곧바로 엽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날 이곳에서 수십 번의 총성이 울렸다.

이 씨는 사채업을 통해 돈을 벌곤 했다. 그러던 중 30대 남성 B 씨를 알게 됐고, 함께 포장마차 사업을 시작했다. 평소 의처증이 있던 A 씨는 자신의 아내와 B 씨가 불륜관계에 이르게 됐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뒤 A 씨 부부의 다툼이 잦아졌다.

계속된 다툼 끝에 A 씨는 "더 이상 가정에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 더 나아가 사채업을 하는 둘째 처남의 영향으로 아내가 사채업을 시작하게 됐고, 장모가 아내에게 자신에 대한 험담을 일삼았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됐다.

그 뒤 A 씨는 '처가 식구를 살해해 아내에게 복수하겠다'고 마음먹고 엽총 한 자루를 구매했다. 이어 '큰 처남과 함께 사냥하기 위해서 구매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뒤 총을 맡겼다.

범행 전날엔 막내 처남에게 전화를 걸어 처가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는 등 사전 준비도 했다.

범행 당일 A 씨는 새벽 이른 시간부터 경찰서를 찾아 엽총을 챙긴 뒤 처가로 향했다. 술을 마신 뒤엔 A 씨의 총기 난사가 시작됐다. 이 사건으로 이 씨와 그 가족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법정에 선 A 씨는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전날 처가에 누가 있는지 확인했고, 당초 범행 대상인 이 씨와 피고인의 장모를 향해 직접 총을 조준하고 발사했다"며 "별다른 지적 장애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심신이 미약한 상태까지 이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상소했지만, 항소심과 대법원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해 현재 복역 중이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