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사라지고 사진만 남아"…보수동 책방골목, 기록의 공간 '흔들'
관광객 늘어도 소비는 '정체'…"예전에는 책 사러 왔는데"
지원 정책-현장 체감 괴리…"고령 상인 많아 참여 쉽지 않아"
- 박서현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이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출 감소와 서점 폐업이 이어지면서 쇠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오후 3시쯤 보수동 책방골목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북적였지만, 정작 서점 안은 한산한 모습이 대비됐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사람은 많지만, 책은 팔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에는 골목을 찾은 방문객들이 실제 책 구매로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사진 촬영 등 관광 목적 방문이 늘면서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1950년대 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헌책을 판매하며 형성된 전국 대표 헌책방 거리다. 보수동 책방골목 번영회에 따르면 한때 골목에는 70~80여 개 서점이 밀집했지만, 현재는 약 20곳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상인들은 인근 상권 역시 업종 전환 이후에도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남명섭 보수동 책방골목 번영회장은 "예전에는 책을 사러 오는 손님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관광객”이라며 "매출 감소로 폐업을 고민하는 서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 중구는 책방골목 활성화를 위해 도서 구매 지원, 문화행사 개최, 공간 정비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책방골목을 부산 미래 유산으로 지정해 보존·관리하고 있으며 책방골목 문화관 운영을 통해 전시와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향후에도 기관 간 협력과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활성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체감도는 높지 않은 실정이다. 중구 관계자는 "온라인 중고 서점 확산 등으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된 측면이 있고 문화행사 역시 개별 서점 매출로 직접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책방골목 활성화를 위해 구에서 운영했던 태스크포스(TF)는 2020년 3월까지 운영된 이후 종료됐으며 현재는 문화관 운영과 시설 관리, 문화행사 추진 등을 관련 부서에서 분산해 담당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역 서점 활성화를 위해 공공도서관 도서를 지역 서점에서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공공도서관의 지역 서점 구매 비율은 99% 이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책방골목 전체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책방골목 내 지역 서점으로 등록된 곳은 약 3곳에 불과해 상당수 서점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결국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와 행정 지원의 현장 체감 간 괴리가 맞물리면서 책방골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 서점 등록과 납품에 참여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고령 상인이 많아 절차 참여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관련 교육과 참여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wise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