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무대책 아파트" 입주민 소송…"시행사·지자체 책임 일부 인정"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전경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전경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에 지어진 아파트 입주민들이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이 없는 아파트를 공급받아 피해를 입었다며 시행사와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1부(김동희 부장판사)는 부산 서구 암남동 A 아파트 수분양자 1326명이 A 아파트 시행사 시공사와 서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시행사와 부산 서구가 원고 중 1324명에게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게 됐다. 이에 포함되지 않은 원고 2명은 중간에 소송 당사자가 변경됨에 따라 청구가 기각됐다.

A 아파트는 1987년 준설 장비를 두기 위해 마련된 '한진 매립지'에 세워졌다.

이 매립지는 지구단위계획상 관광 상업지역이었고, 비교적 지대가 낮아 태풍이 올 때마다 월파, 침수 피해를 겪었다. A 아파트 시행사 측은 해양수산부의 '전면해역 방재호안' 설치 사업에 더해 부지 높이 상향 등을 조건으로 주거지역으로 계획을 변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2022년 5월까지 아파트 부지 인근 방재호안 설치가 완료되지 못했다. 이에 시행사 측은 부지 고도를 조금 더 높이는 등 조치를 취했고, 구는 임시 사용 승인을 하게 됐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주차장 침수 등 재산상 피해가 일어났다.

원고들은 "주택공급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임시 사용 승인을 받고 입주하는 경우 사업 주체는 공급계약의 잔금을 입주지정일에 90%를 받아야 하고, 나머지는 전체 사용 승인을 받은 날 지급해야 한다"며 "그러나 시행사 측은 입주자들이 입주지정일에 잔금 모두를 지급하게 하는 계약서를 사용했고, 이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통상적으로 예상 가능한 자연재해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을 정도의 안전한 주택을 공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며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재판부는 "주택공급기준에 관한 규칙은 어느 정도 자치를 보장하고 있어 공급계약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다만 태풍 등 자연재해를 제대로 예측이나 분석하지 않았고, 월파방지 대비책이 미흡하게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공사의 경우 부실 시공 등 건설산업법을 위반할 경우에 그 책임이 인정되지만, 이 사건에서 시공사의 책임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