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상승에 경남서도 주유소 북새통…배달·화물·농가 '한숨'

경남 휘발유 2013년 이후 최고…경유 역대 최고 수준
14톤 화물차 운송 "한달 기름값 100만원 더 나올 듯"

9일 오후 김해시 외동의 한 주유소에 차량이 몰려들고 있다. 2026.3.9 ⓒ 뉴스1 박민석 기자

(경남=뉴스1) 박민석 기자 = 중동 사태 여파로 기름값이 연일 오르는 가운데 경남에서도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주유하려는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도내 화물차 기사와 배달 노동자, 농업인 등을 중심으로 유류비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오후 김해시 외동의 한 주유소에는 저렴한 가격에 주유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차량 수십 대가 도로까지 줄지어 서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주유소 인근 도로에는 '주유소 대기 줄' 안내문까지 붙었고 차량은 주유소로 향하는 차로에 길게 늘어선 채 차례를 기다렸다.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가장 싸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주유소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주유를 위해 차를 몰고 온 이준호 씨(32)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주유소가 가장 싸다는 글을 보고 찾아왔다"며 "30분 정도 기다린 것 같다"고 말했다.

주유를 마친 김현아 씨(43)는 "기름 넣는 게 무서울 정도로 값이 올라 걱정"이라며 "오늘이 제일 쌀 거라는 말을 듣고 가득 넣었다"고 했다.

이날 해당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730원, 경유는 1705원에 판매됐다. 인근 주유소에서는 1800~1900원대에 판매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차량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9일 오후 김해시 외동의 한 주유소로 향하는 차량들이 도로에 늘어서 있다. 2026.3.9 ⓒ 뉴스1 박민석 기자

도내 기름값은 최근 들어 연일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경남 지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1.60원으로 전날보다 8.12원 올랐다. 경유 가격은 1922.98원으로 12.23원 상승했다.

도내 휘발유 가격은 2013년(리터당 1910.49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유 가격은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2.70원, 경유는 1926.34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 가격은 서울·경기·인천·충북·충남·세종·대전·대구·경북에서 1900원대를 기록했고 나머지 지역은 1800원대를 나타냈다. 경유는 광주·전남·강원을 제외한 지역에서 1900원대를 기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어선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2026.3.9 ⓒ 뉴스1 최지환 기자

기름값 상승은 배달업 종사자, 화물차 기사, 농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창원에서 배달 일을 하는 송상헌 씨(43)는 "예전에는 하루 기름값으로 1만 원 정도 썼는데 요즘은 1만4000원 정도 들어간다"며 "배달 수수료는 그대로인데 기름값이 올라 예전보다 콜을 3번 정도 더 뛰어야 기름값을 맞출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정충훈 화물연대 경남본부 창원지부장은 "14톤 윙바디 화물차를 몰고 창원에서 경기 평택까지 운송하는데 한 번 주유할 때마다 200리터씩 넣는다"며 "최근 기름값이 오르면서 한 달에 100만 원 정도 기름값이 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화물 운송 운임은 그대로인데 기름값 부담만 커졌다"며 "주변 화물차 기사들도 사태가 장기화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하우스 딸기를 재배하는 농가 역시 난방비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진주시 금곡면에서 딸기를 재배하는 전주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사무차장은 "농협에서 오늘까지 1300원대에 팔던 면세 등유가 내일부터 1700~1800원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아직 날씨가 추워 하우스 난방이 중요한 시기인데 기름값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농민들은 난방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라며 "지금 난방을 줄이면 작물 상품성이 떨어져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주 내로 유류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고 가격 담합, 가짜 석유 판매, 정량 미달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경남도도 도내 18개 시군, 한국석유관리원 등과 합동 점검반을 꾸려 주유소 특별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pms7100@news1.kr